* 지구인 브쿱로켓X아스가디언 토르(토르1 시점)

* 로켓토르 감금아닌 감금플:D

* 15금 정도 노골적인 단어 사용이 있습니다

 

 

 

 

 

 

 

 

 

 

 

 

외계인을 조심해!

 

 

 

 

 

 

 

 

 

 

꿈속에서 그는 짐승이었다. 이빨이 많은 주둥이가 뾰족하게 튀어나왔고 네발로 보행하다가 도중에 벌떡 일어서기도 했다. 어쨌든 토끼는 아니었다. 꿈이기에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좀 특이한 동물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보는 것처럼 제3의 시선에서 그것을 관망하였다. 짐승은(그는) 이제 목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방목이 주요 사업인 뉴멕시코에선 흔한 풍경이다. 이제 슬슬 일어날 때가 된 것 같은데그는 아침뉴스가 보고 싶었고 최근엔 뉴스 뒤에 나오는 막장 소프 드라마에도 재미를 붙였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무렵 짐승이 수북하게 쌓인 건초더미로 뛰어들었다. 바짝 마른 건초가 얼굴에 달라붙으면서 그는 마치 4D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실과 유사한 불쾌감을 느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발밑의 중력이 사라지는 묘한 느낌에 이어 별안간 짐승의, 아니 그의 몸이 둥실 떠오르는 것이다.

 

누군가 뒷덜미를 잡아당긴 것처럼 그는 공중으로 끌어올려지고 있었다. 고개를 젖혀보니 천천히 회전운동을 하고 있는 거대한 원반이 머리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소를 납치하는 UFO 전설이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니까 지금 그는 꿈속에서 납치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버둥거릴 틈도 없이 그의 몸이 발광하는 비행접시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실험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무언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눈이 부셔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다. 어린 시절, B급 오컬트 비디오에서 보았던 산 채로 해부되었다가 장기만 쏙 빼놓고 버려진 소의 시체가 절로 상상되었다. B급답게 그 시체는 가짜였다. 이 꿈 역시 가짜일 텐데 슬금슬금 몸을 타고 올라오는 손길의 느낌이 너무 현실적이었다. 이윽고 '무언가'가 그의 귓가에 다가와 속삭였다. 

 

내가 자지 빨아준다니까.

 

뭐라고?! 말 대신 헉하는 숨소리를 내뱉으며 <로켓>이 잠에서 깨어났다. 피부에 착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러닝셔츠의 등이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동안 소름이 돋을 법한 순간은 종종 있었고, 생사를 오가다 총알도 몇 번 맞아봤지만 지금처럼 소름 끼친 것은 처음이었다. 씩씩거리던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악몽의 원흉을 찾을 수 있었다. 같은 침대 위에서 길고 두꺼운 손가락이 여전히 그의 바지춤 위에 올려져 있었으니까. 너 지금 뭐 하냐. 그러자 '무언가'가 조금 멋쩍어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내가 자지 빨, 거기까지 듣고 그는 홱 등을 돌려 누우려 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둘의 손목을 연결하고 있는 핑크색 수갑 때문에 어깨가 돌아가다 말았다. 도리어 끌려온 '무언가'가 그의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가슴 위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에 이번에는 턱하고 숨이 막혀왔다. 래빗 지금 살짝 커진 것 같은데. 토르가 슬쩍 움직일 때마다 맞닿은 하반신이 비벼지는 느낌에 그는 차라리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쟤한테 저딴 말을 알려준 게 누구냐. 씨발 누구긴 누구야 자신이었다.

 

내가 그, 그걸 잘 한다오!

 

손발이 묶인 채 버둥거리던 토르의 외침에 어처구니가 없어지긴 했지만 그는 이내 비틀린 웃음을 만들어냈다. 금발의 백치 미인은 취향이었지만 제가 무슨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줄도 모르는 약쟁이는 제외였다. 네가 뭘 잘하는데. 자지 빨아본 적은 있냐. 기대라곤 일절 없는 물음이었다. 발음을 할 때 동그랗게 벌어지는 입술이나 탐스러운 목울대를 보면 막상 잘 빨 것도 같지만그러자 토르가 전에 없는 순수한 얼굴로 되물었다. 

 

자지가 무엇이오?

 

꿈뻑꿈뻑거리는 눈동자를 마주하곤 그의 어깨에서 힘이 쭉 빠져버렸다. 그런 상스러운 소리는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말투나 외견에서도 티가 났지만 그만큼 남자가 곱고 귀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뜻이었다. 정말 부잣집 도련님이나, 어디 귀족의 아들이라도 납치해온 것일까. 그는 눈앞의 상황이 약간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오는 과정이 조금 거칠긴 했지만 보스가 보낸 빨간색 카드에는 '데리러 간다'고 적혀 있었다. 가지러도, 찾으러도 아니고 데리러 오겠다니. 남자의 가치는 알 수 없으나 경황상 거칠게 다루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트렁크에 다시 쑤셔 넣은 뒤 현관 벽에 기대 놓으려 했는데. 차라리 시체 가방 꾸러미를 떠안는 편이 나았다.

 

표정은 덤덤했지만 오랜 시간 묶여있던 탓에 토르의 손목과 발목이 벌겋게 부어있었다. 그는 좀 더 합리적인 구속과 감금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남자는 꽤 거구였기에 그를 묶어놓을 만한 기둥이 그의 집에는 없었다. 아니면 침대에 묶어? 근육질의 두 남자가 싱글베드에 엉겨붙어 자는 꼴은 사양이었다. 크게 상처 입히지 않으면서 쉽사리 도망칠수는 없는 방법이 필요했다. 손발을 풀어준 뒤 그는 우선 벌거벗고 있는 토르에게 제 옷을 가져다 입혔다. 래빗이라 불린 우스꽝스러운 티셔츠를 입힐까 싶었지만 장난을 칠 기분도 아니어서 관두었다. 푹푹 한숨이 나오는 반면에 토르는 제가 건네준 티셔츠와 청바지가 말끔하니 잘 어울렸다. 나를 도와주는 것인가. 그렇담 먼저 묠니르를 찾고 싶은데. 약간 정신 나가 보이던 것이 여느 잘생긴 젊은이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토르의 오른손과 자신의 왼손에 각각 수갑을 한쪽 씩 채웠다. 찰칵 소리를 내며 잠긴 핑크색 수갑은 이틀 전 자고 갔던 하룻밤 상대가 놓고 간 것으로(도중에 집어던진 것을 침대 아래서 발견하였다) 진짜처럼 정교하진 않지만 남자를 자신의 행동반경 안에 두고 감시하기엔 충분했다. 마찬가지로 핑크색 열쇠를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쯧 혀끝을 찼다. 성가신 감시역이지만 일주일만 버티자 싶었다.

 

"저것이 먹고 싶은데." 

 

그리고 그 감시역이 흡사 보모 역으로 바뀐 것은 3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토르가 가리킨 TV 브라운관에선 마침  아이스 바 선전이 나오고 있었다. 색소를 넣은 싸구려 빙과였다. 어릴 때 안 먹어봤어? 어릴 때라니 까마득한 기억이군. 세상 물정 모르는 얼굴을 하고선 어울리지 않게 노친네스러운 말을 한다. 어린 시절에도 아스가르드의 궁전에 저런 것은 없었소. 이제 좀 일반적인 대화가 통하나 싶었는데 또 딴 세상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혹시나 싶어서 스마트폰으로 아스가르드를 검색해보기도 했다. 당연히 존재할리 없는 지명이었고 그는 아직 약기운이 덜 빠진 것으로 판단했다. 웃기네 지가 무슨 진짜 외계인이야 뭐야.

 

수갑을 채우고 그의 아파트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에 어쩐지 토르는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눈치를 살피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이따금 불편해하고, 또 심심해했을 뿐이다. 그럼 일주일 뒤에는 풀어주는 것이지? 원활한 감시를 위해선 상대방의 협조도 필요했기에 그는 대충 그렇다 하였다. 그래 좋게 가자. 토르를 제압하기 위해 아파트 안에서 실랑이를 벌였다간 단출한 살림이 박살 나는 것은 물론 그도 꽤나 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이상한 감금 생활이 시작되었다. 진짜 이상했다. 1분 1초도 떨어지지 않다 보니 침대도 같이 쓰고 샤워도 같이 했다. 그러다 보니 말을 섞지 않을 수가 없었고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토르는 제집처럼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꿔가며 TV를 보았고 냉장고에서 먹고 싶은 것을 꺼내 먹었다. 그때마다 그는 토르가 움직이는 대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꼭 밥을 먹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밥을 먹이지 말라는 지령을 받은 건 또 아니니까. 이걸 아직 패도 된다는 확신이 없으니 손가락 하나 함부로 댈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처한 상황이 이해가 안 가나 본데. 제멋대로 굴지마."

"래빗의 자지를 빨 수 없으니 저거라도 빨아야지."

 

새로 배운 단어에 재미가 들렸는지 토르는 틈만 나면 저렇게 앙큼한 말로 그의 신경을 긁었다. 세상에 저렇게 팔자 좋은 인질이 어디 있나. 이 집에서 고통스러운 건 그뿐이다. 부릅 뜬 눈으로 토르를 노려보던 그는 하지만 결국 화를 꾹꾹 눌러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차피 장을 볼 시기였으니까 겸사겸사 나가는 것이다. 결코 남자에게 아이스 바를 사다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제 손목에 걸려 있던 수갑 한쪽을 풀어서 의자 팔걸이에 걸고 토르를 앉혔다. 금방 올 테니까 얌전히 TV나 보고 있어. 그러자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얌전히 기다리겠네. 이 새끼는 진짜 뭐지. 얼빠진 얼굴을 보다보면 저까지 얼이 나가는 느낌이라 그는 황급히 지프 키를 챙겨서 문을 나섰다.

  

 

***

 

 

식료품점에서 적당히 장을 보고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냉장고 앞에 섰을 때 그의 인상이 팍 찌푸려졌다. 아이스 바가 없었다. 위 칸부터 아래 칸까지 전부 훑어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있을 건 다 있는 아담한 식료품점에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는데 그는 짜증을 숨기지 못하고 투덜거렸다. 할 수 없이 근처에 있는 하겐다즈로 손을 뻗었다. 아무거나 처먹어. 가장 앞에 진열되어 있는 바닐라 맛 하겐다즈를 꺼내자 아뿔싸 그 뒤에 또 다른 맛이 보였다. 그는 결정 장애라곤 없는 쿨한 성격이었지만 잠시 고민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 쿨하게 두 통 모두 꺼내들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맛을 두고 고민하는 일 따윈 신이 그에게 던진 가벼운 장난이었다는 듯 진짜 재난은 돌아가는 길에 덮쳐왔다. 어디서 푸쉬식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내 차가 비스듬히 기우는 바람에 그는 길 한가운데 지프를 세웠다. 날카로운 돌부리에라도 걸린 건지 타이어가 한 뼘 정도 찢어져 있었다. 변두리의 오프로드에선 드문 일도 아니다. 다행히 스페어 타이어가 있었고 차가 많이 오가는 도로가 아니었지만 괜스레 기분이 초조했다. 그는 솜씨 좋게 타이어를 교체했다. 고치는 데 있어 발군인 그였지만 그럼에도 이십 분 가량이 소요됐다. 다시 지프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을 때 그의 이마에 진땀이 흘렀다.

 

처음 집을 나서며 예상했던 것보다 외출 시간이 길어졌다. 그만큼 집을 비운 시간도 길었단 뜻이다. 자신이 너무 안일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핸들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니 안일했다. 이렇게 안일할 수가 없어. 무슨 생각으로 그놈을 혼자 두고 나왔지? 마른세수를 하는 것처럼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그가 이내 거칠게 엑셀을 밟았다. 어서 아파트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차키도 뽑지 않은 채 지프에서 뛰어내렸다. 곧이어 그가 허겁지겁 계단을 밟아 오르는 소리가 아파트 전체에 울렸다. 계단을 오를수록 초조한 기분이 더 커져갔다. 척봐도 토르는 한 덩치 했다. 그런 놈을 성냥개비로 만든 것 같은 나무의자에 묶어놓고 안심했다니. 심지어 핑크색 수갑은 그냥 분위기나 돋우는 장난감이지 진짜도 아니었다. 완력으로 빼자면 빼지 못할 것도 아니다. 굳게 잠겨 있어야 할 현관문이 단번에 열어젖혀지는 순간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하였다. 집안 어디에서도 토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분홍색 수갑만 팔걸이 끝에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다시 아파트를 뛰쳐나왔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발길이 닿는 대로 눈앞에 뻗어진 길을 내달리다가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우뚝 그의 몸이 멈추었다. 반동으로 상체가 휘청거렸지만 그는 이내 중심을 잡고 바로 섰다. 내가 그 놈을 왜 찾아야 하는데. 어차피 보스고 조직이고 다 좆까고 튈 계획이었다. 그가 애써 토르를 찾아다닐 이유가 없었다. 

 

온 길을 되돌아가면서 벅찼던 호흡이 점차 가라앉았다. 비슷하게 그의 기분도 묘하게 점점 바닥을 치고 있었다. 터덜터덜 아파트로 들어설 무렵 차키를 뽑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두 통이나 샀던 하겐다즈도 떠올랐다. 씨발 그걸 혼자 어떻게 다 먹어. 그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울컥하는 기분으로 거칠게 지프의 문을 열었을 때, 운전석에는 누군가 앉아 있었다. 토르였다.   

 

"넌 뭐야?"

 

무슨 질문이 그랬다. 제가 생각해도 뜬금없었다. 해명하자면 그는 좀 지쳐있었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뛰었고 머리에 너무 많이 열을 올렸다. 태양이 내리쬐는 도로 한가운데 퍼져버린 그의 지프처럼 맥이 빠진 그는 그저 토르를 쳐다봤다. 눈에 힘을 주어 좀 노려보기도 했다. 재촉하는 걸로 보였는지 토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돌아오질 않기에 무슨 일이 생겼나 해서 나와 보았소. 보아하니 별일 아니었나 보군. 

 

말없이 서있는 그를 내버려 두고 토르는 옆좌석에 놓인 하겐다즈 통을 집어 들었다. 내내 차 안에 있었으니 녹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반 이상 녹아 걸쭉해진 것을 토르는 검지 손가락 끝으로 푹 떠서 먹었다. 맛있네. 입술에 남아있는 크림을 마저 핥아 안으로 가져갔다. 젖은 혀끝이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 것이 어쩐지 아쉬웠다.  

 

"땀을 많이 흘렸군."

 

토르가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훑어냈다. 말대로 드러난 이마가 축축했다. 다 식은 줄 알았는데 그만큼 땀을 많이 흘린 모양이었다. 뒤늦게 탈수현상이 오는 것처럼 눈앞이 아찔해졌다. 짧은 현기증을 틈타 입술이 다가왔다. 매끄러운 감촉이 맞닿자 갈증이 더 심해졌다. 아까의 젖은 혀를 쫓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을 그것을 붙잡아 빨아들이고 싶었다. <로켓>이 뒷목을 덮는 금발을 움켜잡았다. 좁은 통로에서 두 개의 혀가 앞다투어 얽혀들었다. 토르가 고른 것은 바닐라 맛이었다. 

 

 

 

 

        

 

 

          

 

 

 

        

 

 

       

 

 

 

Posted by 모노님 :

 

 

 

* 지구인 브쿱로켓X아스가디언 토르(토르1 시점)

* 로켓토르 감금아닌 감금플:D

 

 

 

 

 

 

 

 

 

 

 

 

외계인을 조심해!

 

 

 

 

 

 

 

 

 

 

그의 집은 뉴멕시코에 있었다. 뉴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남서부 변두리에 위치한 단층 아파트는 입주민이 꼴랑 세 가구밖에 없는 낡은 건물이었지만 매물을 확인한 순간 그는 과감하게 이주를 선택했다. 비가 많이 온 다음날 수도꼭지에서 처음 1,2분 정도 흙탕물이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남자 혼자 살기에 괜찮은 집이었다. 식료품점은 차를 타고 나가서 15분 거리에 있었지만 대신 피자 배달이 가능했다. 안 그래도 그는 뉴욕의 고층빌딩숲에 질린 참이었다.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게 빌딩이었지만 그것도 계속 보니 흥미가 떨어졌다. 창문을 열면 보이는 선인장처럼 미국답지 않은 이국적인 풍경이 최근엔 더 마음에 들었다.

 

촌구석에서 뭐해 먹고 살 거냐는 말엔 대충 둘러댔다. 카센터에라도 취직하지 뭐. 그는 몇 해 전부터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양심의 가책이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좀 존나 지겨웠다. 조직을 무슨 일수 떼먹고 사는 회사쯤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럴 거였으면 책상 뺄 때 야근수당이랑 퇴직금도 달라고 했을 것이다. (이따금 생명수당도 필요했다)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와, <로켓>. 그것은 조직 내 그의 코드네임이었다. 은퇴를 결심한 뒤로 막 나가는 그에게 보스는 1년 치 휴가를 내주었다. 안식년 같은 거라고 생각해. 퍽 아쉬운 척을 했다. 연락은 계속 할 테니까 전화기 꺼놓지 말고. 좆까라 그래. 3개월 뒤 그는 프랑스 니스로 튈 계획이었다. 이미 해변 근처에 별장도 알아봐두었다.

 

그렇다 해도 뉴멕시코에서의 생활은 꽤 만족스러웠다. 아침 조깅을 하고, 66번 국도를 드라이브 하고,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또 가끔 섹스를 하고소일거리로 해킹을 하거나 가상화폐를 투기하기도 하고 뭐 그랬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늘 예민하게 곤두서 동력을 멈추지 않았던 뇌가 퍼질 무렵 떨어진 날벼락은 그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매끄럽게 흘러가던 일상에 찾아온 잡음. 그것은 어느 날 그의 낡은 아파트 앞으로 배달 된 커다란 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혹시 외계인한테 납치당한 건 아니지?]

 

감시 겸해서 자질구레한 심부름(밀수 경로 및 자금줄 추적)을 시키는 게 좆같아서 한동안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더니 보스가 보낸 문자였다. 과거 네바다와 더불어 뉴멕시코 부근에서 붐이었던 UFO 출현과 소를 납치하는 외계인 따위의 구닥다리 농담이었다. 이참에 진짜 납치된 척하고 잠적해버릴까. 외계생명체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FBI의 보고가 진짜일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것보단 귀찮아서 며칠 째 답장을 하지 않았더니 오늘 아침 발신인 불명의 트렁크가 배달 된 것이다.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크기의 화물용 트렁크는 사람이 들어가 있기에 충분해보였다. 반은 경고로, 반은 엿이나 먹어보란 뜻으로 조직에서 보낸 것이었다. 토막 난 시체나 그보다 더한 것이 튀어나와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그이기에 태연하게 지퍼를 끌어내렸다. 그러자 열린 틈새로 샛노란 머리카락이 빠져나왔다. 여자시체인가. 외도를 하다 꼬리가 밟힌 정부나 재수 없게 걸린 고용인을 생각했다. 하지만 덮개를 열어젖혔을 때 트렁크 안에 들어있던 것은 여자가 아닌 금발머리의 벌거벗은 남자였다.

 

정말 시체라면 웅크린 모양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있었을 테지만 그가 트렁크를 건드리면서 접은 두 다리를 가슴에 붙이고 있던 자세가 흔들렸다. 그래도 의심스러워서 심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남자의 가슴께로 고개를 숙였을 때 무언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발목과 마찬가지로 두 팔을 앞으로 묶으면서 자연히 모아진 가슴 사이로 깊은 골이 생겼는데(두툼한 승모근이 아니었다면 계속 여자로 착각했을지도) 거기에 손바닥만 한 카드가 끼워져 있었다. 크리스마스도 아니건만 빨간색 카드가 꽤 화려했다. 카드에는 남자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이 일주일 뒤에 데리러 가겠다는 짧은 메시지만이 적혀있었다. 카드를 빼면서 닿은 맨살이 뜨끈했기에 그는 부득 이를 갈았다. 차라리 시체가방을 보낼 것이지.

 

트렁크에서 꺼내고 나니 남자의 덩치는 생각보다 더 컸다. 이걸 어떻게 트렁크 안에 쑤셔 넣어왔는지가 신기할 지경이었다. 키를 비롯해 손과 발 모든 게 컸는데 그중에서도 봉긋하게 부푼 가슴이 정말 컸다. 한 손에 잡히기는 할까그는 저도 모르게 남자의 흰 가슴을 움켜잡을 뻔 했다. 색이 다른 꼭지가 뾰족하게 돋아있는 것이 신경 쓰여 시선을 내렸더니 다리 사이에도 만만치 않게 큰 게 보였다. 씨발. 욕을 하며 고개를 들자 이번엔 성난 근육질과 달리 오똑한 코에 긴 속눈썹 따위가 보였다. 뭐 이딴 게 있어.

 

영화배우나 어디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납치해온 것일까. 다시 트렁크를 닫아버릴까 싶었다. 대충 구석에 처박아두고 신경을 끄는 쪽으로 생각이 정리되던 차에 남자의 어깨근육이 움찔거렸다. 숱이 많은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더니 곧 닫혀있던 눈꺼풀이 들어 올려졌다. 그게 꼭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여기가 어디오.”

 

목소리가 아직 잠겨있었지만 남자는 의외로 침착했다. 자신을 붙잡은 놈들과 같은 패거리란 생각은 못하는지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곧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곤 다시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보았다. 이제 알아챘나, 마주친 시선이 꽤 지긋했다. 아름다운 눈동자로군. 뭐라고? 대답해줄 생각일랑 없었는데 플러팅 할 때나 나올법한 대사에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이것을 풀어주겠나, 손목이 저리다네.”

안 돼. 어차피 넌 다시 저 안으로 들어가게 될 거야.”

악당 같은 소리를 하는 군. 얼굴이 아깝게.”

 

오는 동안 트렁크 안에서 머리라도 부딪힌 것일까.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도 내뱉는 소리가 엄청났다. 그리고 난 나쁜 새끼가 맞거든. 그것도 아주 많이. 그가 말하기 전에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오딘의 아들이자 천둥의 신 토르라네. 지금은 잠시 권능을 잃었지만 나를 돕는 다면 훗날 아스가르드에서 보답하리라.”

 

그의 추측이 틀렸다. 그냥 약쟁이 새끼였다. 조직에서 유통하는 약 중엔 이렇게 환각을 보여주는 종류가 더러 있었다. 보아하니 어지간히 빨았나 본데. 밀린 약값을 갚지 못해 침을 질질 흘리면서 끌려오는 머저리 새끼들 역시 종종 보았다. 흡사 연극 대사처럼 떠벌린 말 중에 그나마 알아들은 건 남자의 이름이 토르라는 것 정도이다. 그마저도 헛소리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사실은 도널드라든가 그런 이름일지도.

 

그래 토르, 일주일 뒤엔 풀어줄 테니까 그때 보답해주던가.”

 

이참에 약을 끊어 등신아. 손목이 묶인 채 누워있는 토르를 내버려두고 그는 옷장이 있는 침실로 향하려 했다. 아무래도 이대로 일주일을 보내기엔 저 전라가 자꾸 거슬렸다. 피부에 그대로 닿는 찬 공기에 콩알만 한 꼭지가 더욱 도드라져 있었다. 그가 바닥에서 발을 떼면서 부스럭 소리가 나자 토르는 그제야 당황한 모양인지 요란스럽게 상체를 들썩였다. 기다리게기다리라니까!

 

래빗!”

 

설마 제 티셔츠에 프린팅 된 그림을 보고 소리친 건 아니겠지. 아침부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손에 집히는 대로 주워 걸친 것이 낭패였다. 그래도 이게 토끼는 아니지 않나. 인상을 구긴 그가 멈춰 서자 토르가 입가를 끌어올려 헤벌쭉 웃었다. 그새 얼마나 뒤척인 건지 산발이 된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흘러내렸다.

 

내가 그, 그걸 잘 한다오!”

뭐라고?”

 

다시 한 번 깊은 곳에서부터 어처구니없어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Posted by 모노님 :

 

 

 

 

 

 

 

#로켓토르 AU

 

감독 브쿱로켓X신인배우 토르

 

 

 

 

죄송합니다, 감독님. 비행기가 결항되는 바람에 에이전시나 코디 팀 전부 발이 묶여서요. 그래도 내일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할 거니까 안심해주세요. 다만...매니저 대럴은 잠시 머뭇거렸다. 토르는 먼저 출발을 해서요. 아마 지금쯤 말리부에 도착했을 텐데. 그래, 여기에 있어. 방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네 별장 앞에서 만났어. 역시 거기에 갈 줄 알았어요. 수화기 너머의 대럴이 한숨을 내쉬었다. 토르는 뭘 입고 있나요, 벌써 서핑보드를 꺼내놓은 건 아니겠죠? 사실대로 말해주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이미 한바탕 서핑을 즐기고 난 후라 햇볕에 약한 피부가 발갛게 익어있는 남자를 앞에 두고. 감독님 부탁드릴게요. 물론 그와 함께 있는 건 무지무지 열 받는 일이지만 그래도 감독님이 옆에 있어주셔야 해요. 제가 도착할 때까지만요. 속 터지시면 한 대 치셔도 돼요. 얼굴은 피해서요. 소속사에는 비밀로 할게요. 그것을 끝으로 통화가 끊어졌다.

 

로켓 감독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제법 난처한 상황이었지만 의외로 토르는 태연했다. 아니 그보단 뻔뻔했다. 로켓 스튜디오의 무어라 자신을 소개하려던 차에 딱 맞춰 대럴의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정정할까 싶었지만 이내 관두었다. 새파란 신인 배우와 저의 인연이 얼마나 갈까 싶었다. 어차피 식중독에 걸린 동료 대신 급하게 받아들인 화보 촬영 일이었다. 설마 관광 가이드 겸 베이비 시터까지 떠맡게 될 줄은 몰랐다만. 갸름한 턱에 난 거뭇한 수염을 문지르며 그가 말했다. 일단 저녁 식사나 하러 갈까?

 

결코 친절하다곤 할 수 없는 그가 먼저 식사를 권한 이유는, 차마 저걸 그냥 두고 가자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였다. 일몰이 떨어지고 하늘이 연보라색으로 물들었지만 토르는 여전히 상의를 벗은 채 허벅지 위로 올라오는 짧은 수영팬츠만 입고 있었다. 해변가를 지나오는 동안 남녀불문하고 걸어오는 캣콜링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르는 캘리포니아의 오렌지빛 햇살을 듬뿍 머금은 얼굴로 껄껄 웃었다. 신인 배우의 앞길 따위 알 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건 좀 위험했다. 어렴풋이 말리부 주변에 데이트 강간 마약이 성행한다는 가십지 기사를 본 것 같기도. 무드랍시고 백사장 위에서 섹스를 하는 녀석들은 콘돔을 준비할리 만무했다. 그러다 성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저걸 그냥 내버려두면 오늘밤 분명 잡아먹힌다. 저보다 큰 거구였지만 누군가 손을 붙잡고 사탕발림을 하면 저 블론디는 졸졸 따라가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뭘 먹고 싶어? 토르의 가슴에 달라 붙어있는 모래알을 툭툭 털어내며 물었다. 말리부가 처음이라는 토르는 두 눈을 끔뻑이며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다. 덩치를 보아하니 엄청 먹을 것 같은데 남자들끼리 인앤아웃 버거세트면 될까 싶다가도 또 여기까지 와서 버거는 아닌가 싶었다. 그럼 티본 스테이크랑 중국식으로 튀긴 꽃게가 먹고 싶네요. 망고맥주도 곁들여서요. 토르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시원스럽게 웃었다. 저 뻔뻔한 새끼...욕지거리가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말했다.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어.

 

밤이 무르익으면서 해안선을 따라 하나둘 조명이 켜지고 찰싹거리는 파도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틈새로 터벅터벅 경쾌한 슬리퍼 소리가 저를 따라오고 있었다. 망고맥주는 무슨, 단맛을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메스꺼웠다. 술을 얼마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무조건 바카디다. 저 놈은 백퍼 스트레이트겠지. 그럴싸하게 홀리지만 어쩐지 그런 예감이 들었다. 유감스럽게도 자신은 스트레이트 취향이었다.

   

 

 

 

 

 

 

 

 

 

 

 

 

 

 

 

#로키토르 AU

 

짝사랑하는 로키X알못(?) 토르

 

 

 

로키 오딘슨은 우울했다. 워낙 감정을 숨기는 데 능통했기에 여간해선 티가 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그는 한동안 우울한 상태였다. 네 음습한 사랑이 곰팡이처럼 너를 병들게 하는 거야. 뇌 한구석에서 비웃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이미 늦었어. 그는 세속적인 희곡의 제목을 떠올렸다. 나는 이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탔어. 이성으로 치장하려 하지만 이토록 음습한 것이 그의 본능이었다. 아무렴 어때. 쉽사리 자신을 비관하지는 않았다. 비록 그의 형인 토르를 사랑한다 할지라도.

 

<형을 사랑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지>라는 제목의, 웹에서 우연히 알게 된 게이 사이트에 올린 글에는 무수한 댓글이 업데이트됐다. <역겨운 놈>, <신종 어그로?>, <내가 형이면 널 죽도록 팼을 거야> 등등. 이 씨발새끼들이. 로키가 답지 않게 상스러운 욕을 했다. 아무래도 빨랫감에 섞여 있는 형의 속옷을 보고 몇 번 뺀 적 있다는 내용은 쓰지 않는 게 좋았던 것 같지만. 토르가 날 죽도록 팬다고? 정말 뭣도 모르는 새끼들이었다. 그것을 보자 도리어 더욱 확실해졌다. 토르를 향한 정념 그대로의 순도 높은 사랑을.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날 오후, 토르는 여자친구와 데이트가 있었다. 로키는 더욱 우울해졌다. 아찔한 두통이 밀려와 아스피린을 두 알을 먹고 소파에 기대 앉아있자 내내 거울 앞을 서성이던 토르가 돌아보았다. 왜 계속 보지, 거울이 뚫어져라 보던데. 멋쩍은 모양인지 흘러내린 금색 머리카락을 연신 귀 뒤로 넘긴다. 빈정거렸지만 사실 거울을 보는 토르를 지켜보는 일은 그의 은밀한 취미 중 하나였다. 거울에 비친 매끈하니 잘생긴 얼굴을 보는 것이나, 자신에게 도취되어 흐뭇해하는 또 약간은 부끄러워하는 형을 보는 게 즐거웠다.

 

기분이 좋지 않은가 보구나. 뒤에서 다가온 토르가 로키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두꺼운 팔이 감겨들면서 토르의 체취가 물씬 끼쳐왔다. 달큰한 살 냄새와 함께 언제 뿌린 것인지 자신의 향수 냄새도 같이 풍겨왔다. 괘씸했지만 한편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그래 그렇게 밖에서도 내 냄새를 풍기고 다녀. 어디가도 알아볼 수 있게끔. 미소가 그려지던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입술을 떨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곧 여기에 다른 여자의 냄새가 섞이겠지. 역겨운 화장품 냄새와 비릿한 땀냄새. 한데 섞이는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구역질이 올라왔다. 머리가 아파. 로키가 약한 소리를 내며 토르의 팔에 머리를 기대었다. 토르는 로키의 엄살에 약했다. 둘 다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토르는 이내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해, 동생이 아파서 나갈 수 없을 것 같아. 통화를 마치기 전 그들만의 애칭 같은 것이 들리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로키를 괴롭혔던 두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보상이 되었는데 토르는 주방에서 초콜릿을 가져와 두 손으로 뚝 분질러 나누더니 한 조각 씩 로키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TV에 익숙한 영화를 틀었다. 어린 시절 로키가 잠 못 이루는 날이면 틀어주곤 했던 만화영화였다. 세상에 이 나이에 토이스토리라니.

 

당신은 내게 남은 하나의 불빛마저 꺼버리려고 하시는 군요. 당신은 날 사랑하고 있어요. 그것이 죄악이 될지라도 전 그럴 수 없어요. 제가 가엾지도 않으세요? 눈에 들어오지 않는 만화영화 대신 로키는 또 다른 희곡의 대사를 떠올렸다. 형 솔직하게 말해 봐. 지금처럼 나를 조금 더 가엾게 여겨 봐. 잠들기 전 문을 잠근 이유는 내가 너의 방을 찾아갈 것이란 걸 알고 있어서잖아. 차라리 토르를 닮은 금발 거유가 나오는 질펀한 게이 포르노를 보는 게 나을 것 같았으나 로키는 잠자코 소파에 등을 깊게 기대었다. 지독하게 단 초콜릿을 억지로 녹여 삼켰다. 옆에 앉은 토르가 그의 손등을 부드럽게 두드려주었다.        

       

 

    

    

 

         

 

 

 

 

Posted by 모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