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XXX

  

[ R-19 / A5 / 36p / 중철카피본 / 4,000원 ]

 

 

7월 서코 토,일 양일 C28에서 나오는 겁쟁이페달 신카이X아라키타 19금 AU소설입니다!

루비코믹스...호게모이 쎽쓰코미디 신아라가 보고싶었습니다

표지는 코나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코나님 커미션 : http://konabookshop.wix.com/commission )

부스자리 내주신 삐삐님께 감사드립니다ㅠ▽ㅠ

수량조사는 토요일 아침까지 받아요~ 당일출력잼ㅋㅋ크ㅡㅋㅋ그크ㅡㅎ흐ㅡ크그흐콰한다!!

 

 

 

 

과거, 프랑스 여행 도중 신카이와 우연히 불타는 원나잇을 하게 된 아라키타

이후 어째선지 아라키타의 소중한 것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직장회사에서 다시 재회하게 된 두 사람.

신카이는 아라키타의 섹스사진을 갖고 있다 하는데…

 

 

 

 

 

  

 

 

 

 

<<SAMPLE>>

 

 

 

 

 

 

내내 목을 조르고 있던 넥타이를 반쯤 끌어내렸는데도 답답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단단히 여몄던 단추를 두 개 정도 더 풀자 그제야 숨이 통한다. 꽃샘추위라더니 밤바람이 좀 차긴 했지만 머리를 식히기엔 적당했다. 입구를 비켜서서 벽에 등을 기댄 채 바지주머니 속에 구겨진 담뱃갑을 꺼내 아래를 툭 치자 흰 개비가 올라왔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녀석이 불을 붙여주려 달려왔겠지만 택시 잡는 곳까지 배웅을 간 터라 직접 불을 붙였다. 어둠 속에 피어오르는 매캐한 흰 연기에 이어서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니코틴에 각성제처럼 정신이 맑아진다. 아아, 이제 좀 살겠네.

 

그러다 감기 걸려, 야스토모.”

 

흘깃 시선을 주자 뛰어온 모양인지 마주선 코끝이 발갛다. 추운데 안에 들어가 있지. 건네지는 다정한 목소리가 도리어 거슬리는 것이었다. 삐쭉 신경이 곤두서고 어이가 없다는 듯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너 무슨 개수작이야.”

 

이를 드러내는 기색에 순하게 쳐진 눈매가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혹시 방금 먹은 식당 음식이 별로였어? 맛있다고 소문난 덴데.”

 

음식이야 맛있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정식을 기초로 하면서도 조리법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기름기 없이 담백하게 익힌 훈제돼지구이도 무와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졸인 생선조림도 입맛에 딱 맞았다. 생일상도 아니고 차례차례 나오는 요리마다 하나같이 제가 좋아하는 것들뿐이라 신기할 지경이었지.

 

내가 너한테 접대 받냐? 영업할 쪽은 저쪽이잖아.”

하지만 야스토모 요즘 도통 연락이 안 되잖아. 같이 밥 먹고 싶었어.”

 

회사일 아니면 얼굴 보기도 힘들고. 다 큰 성인남자가 도톰한 입술을 우물거리는 모습에 어디선가 새끼동물이 낑낑거리는 환청이라도 들려오는 듯싶었다. 내가 너한테 왜 연락을 해야 되는데. 층도 부서도 다른데 어째서 이렇게 마주치는 일이 많은지 이쪽은 억울할 지경이란 말이다.

 

돼지, 너 존나 상황파악이 안되냐?”

 

이게 어디서 순진한 척 하고 있어.

 

말했지. 너랑 나 연애하는 거 아니라고.”

 

 

 

 

***

 

 

 

 

이제와 생각하면 비극이나 다름없는 녀석과의 첫 만남은 프랑스에서 열린 로드레이스 대회였다. 뚜르 드 프랑스. 로드에 조예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 덕분에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 주 갑작스런 개인사로 후쿠토미가 티켓 한 장을 환불해야 했을 때도 아라키타는 홀로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젠장. 그냥 비타민이라도 하나 사들고 후쿠쨩네 거북이 병문안이나 갈걸.

 

불어라곤 봉쥬르 외엔 개뿔 할 줄 몰랐지만 야생의 감이라는 것을 믿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로드레이스를 구경하기까지도 별 탈 없이 순조로웠는데. 불행은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들린 카페에서 일어났다. 분명 벱시를 주문했건만 이후에 종업원이 가져온 것은 붉은색 코카콜라로 여기까진 그러려니 싶었는데 자판기에서도 뽑을 수 있는 캔 콜라에 말도 안 되는 바가지 값을 씌우는 것이었다. 날강도도 정도껏이지 누굴 호구로 아나.

 

, 아윌 킬 유. 헐리웃 영화에서 본 짧은 영어로 항의해보았지만 우락부락한 풍채의 프렌치는 알아듣지 못한 것인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인지 콧방귀만 뀔 뿐이다. 빌어먹을 코쟁이. 어떻게 깽판을 쳐야 되나 고민하던 그때 불현듯 아라키타의 앞으로 나선 것이 신카이였다.

 

구부러진 발음으로 녀석이 뭐라 지껄이자 놀랍게도 푸른색 벱시가 테이블 위로 오르는 것이었다. 멋쩍게 고개를 끄덕이자 주위를 둘러보던 녀석은 빈자리가 없다며 난처하다는 듯 웃었고 엉겁결에 합석을 했다. 식사를 하며 간간히 물어오는 질문에 마지못해 대답을 하던 도중 녀석 또한 뚜르 드 프랑스를 보러 왔고 묵고 있는 호텔까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어색하던 분위기가 단숨에 풀어졌다. 살가운 성격은 결코 아니건만 기막힌 우연의 일치에 타국에서의 조우라는 점도 한몫했다. 한참을 웃고 떠들다가 시간이 늦어 신카이의 방으로 2차를 갔을 무렵엔 녀석은 자신을 야스토모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스탠드 불빛만이 은은히 켜져 있는 룸에 마주 앉아 녀석이 따라주는 와인을. 사실 여기서부터 그림이 존나 이상하긴 한데, 기껏 본고장 프랑스까지 왔는데 한잔 하지 않으면 섭섭하지 않겠냐며 고급 부르고뉴와인을 솜씨 좋게 개봉하는 녀석에 뽕이라도 맞은 것처럼 결국 유리잔을 부딪친 것이다. 차라리 맥주를! 맥주를 마셨어야 했는데! 아랫도리 팔팔한 사내새끼 둘이서 호텔방에서 불 꺼놓고 와인을 마신다는 것부터가 정신 나간 짓이라는 걸 왜 그때는 깨닫지 못했을까.

 

흠뻑 젖은 혀끝에 맴도는 무르익은 과일의 달콤 씁쓸한 여운과 체온과 호흡을 덥히며 알싸하게 오르는 취기. 아른거리는 불빛 속에 굴곡진 콧대와 턱 선의 윤곽을 따라 회화의 명암을 그려 넣듯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어느 틈엔가 다가온 녀석. 푸딩 마냥 통통한 촉감이 맞닿음과 동시에 파리의 두 번째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었다.

 

날 밤 아라키타는 천국을 맛보았다.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당시의 자신이 10대였다면, 아니 20대 초반만 됐더라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밀려오는 자괴감과 혐오감에 반쯤 미쳐서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녀석을 찌르겠다며 칼을 들고 설쳐댔을지도 모르지. 다행히 아라키타는 어른이었다. 물론 충분히 머리가 돌만큼 돌았다. 회사도 하루 결근했다. 후쿠토미의 전화마저 받지 않을 만큼 웅크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덮을 수 있을 만큼 실로 간만에 느낀 사정의 쾌감이 너무나도 달았다. 울컥하고 북받치는 감정에 씨발씨발 욕을 하면서도 그 자리서 녀석의 을 떠올리며 세 번을 더 뺐다. 이대로 영원히 싸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이유야 어찌되었던 제 기능을 해주는 아랫도리가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나름의 해답을 찾은 것이다. 이가 아니면 잇몸이라고 지금껏 29년간을 이성애자로 살아왔다면 서른부터의 인생을 새롭게 살아보는 것도 최악은 아니지 않을까.

 

그래 몇 번이고 반찬으로 삼아주지. 이후 쓸모없어진 거유잡지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대신 지난 1년 간 머릿속으로 수십 번을 리플레이한 파리의 밤이 지겹게 본 영화마냥 장면을 달달 외울 만큼 익숙해졌다. 살다가 우연이라도 녀석과 마주치는 일이 생긴다면 그날 밤과 같이 질펀하게 섹스를 한 다음에 목을 졸라 죽여 버려야지. 다만 그렇게 생각했을 뿐인데.

 

그러니까 너랑 나는 안 만나는 게 좋았다고. 원나잇 그것도 타국에서 동침했던 파트너와 직장에서 재회하게 될 확률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그것도 이딴 개 같은 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냥 말 한마디 한 것뿐인데 돌아온 대가가 너무도 컸다. 새로운 인생은커녕 꼬여도 제대로 꼬여버린 것이다.

 

[나랑 사귀자, 야스토모.]

[지랄하지 마.]

[나한테 야스토모 사진 있어.]

[사진? 무슨 사진?]

[기억 안나? 1년 전에 파리 호텔에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필요 없다 했지만 신카이는 기어코 콘돔과 함께 아스피린 한통을 사왔다. 근처 모텔 룸 안으로 들어서 제일 먼저 아스피린과 따뜻한 물 한잔을 조심스레 건네는 녀석의 손을 뿌리쳐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다.

 

협박하려면 제대로 해. 이 관계는 이상하다. 저쪽은 대차게 차인 이후에 섹스현장이 담겨있는 사진을 빌미로 잡고 있고 이쪽은 협박당하고 있는 중이건만 실상 저울의 추는 녀석에게로 기울어진 적이 없다. 고압적인 행동 한번 취한 적 없는 놈의 상냥함이 수상해. 제 아무리 뒤가 구린 녀석이라 할지라도 신카이가 자신을 다치게 할 일은 없을 거란 근거 없는 믿음이 있다. 은근한 유도마저 어쩐지 안아 달라 손을 벌리는 아이의 응석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날카로운 눈초리로 손바닥에 놓인 약을 노려보고만 있는 아라키타에 신카이가 그의 뒷목에 가볍게 한 손을 얹더니 제 쪽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멀었던 거리가 얼굴을 마주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지고 이어서 촉하고 가벼운 마찰음이 닿았다 떨어진다. 추운날씨에 겉이 튼 것인지 까슬한 촉감이 이제 막 열기 돌기 시작하는 입술에 남았다. 바셀린을 듬뿍 찍어 바른 듯 눈앞에 매끄러운 모양새를 보아하니 갈라진 것은 아마도 자신이다.

 

“여자친구가 발라줬나 보지.”

 

지나가듯 덤덤한 목소리에 신카이가 흰색 알약 하나를 제 입안에 넣고선 목 뒤로 둘러져 있던 손을 가져와 아라키타의 마른 뺨을 감쌌다. 손바닥 안쪽에 모인 후끈한 공기에 차가웠던 뺨이 금세 데워지고 있었다. 그 애랑은-

 

 

 

 

 

 

 

 

 

 

 

 

 

 

 

 

부스위치는  1관  C28 입니다

부스명 : 핫식스레드불 쿠농책 사이에 겁페책 한권이 있습니다

두 집 살림 행복합니다...구금책이니 구매시 신분증을 꼭 챙겨와주세요!!

문의사항은 트위터 @mono9124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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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모노님 :

 

 


순식간에 시야가 뒤집히고 빛이 멀어졌다. 소리를 지를 새도 없이 상체가 뒤로 넘어가고 무거워진 머리가 가장 먼저 떨어지면서 지탱하고 있던 목 부분의 경추가 크게 휘청거렸다. 매듭이 풀린 흰 천이 조류에 휩쓸리듯 눈앞에서 넘실거리는 것은 자세히 보니 자신의 팔이었다. 움켜쥘 것 없는 허공을 향해 뻗어진 손가락의 마디는 죽은 나뭇가지마냥 삐쩍 말라서 영 볼썽사납다. 이쯤하면 바닥에 머리가 닿아야 하는데. 부서지고, 깨지는 마땅히 느껴져야 할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돌아볼 수조차 없는 미지의 나락을 등 뒤에 두고 깨닫는다. 이것은 추락하는 꿈이다. 이미 수어 번 자신을 다녀 간 악몽. 그리고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 절식

 


잠에서 깨어난 것은 비단 악몽의 탓만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가위눌림의 증상처럼 숨이 막히거나 저려오는 것은 아니라서 아라키타는 천천히 그의 몸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가로로 찢어진 눈꺼풀이 깜빡거리면서 도드라진 속눈썹 중 하나가 마른 안구를 찔렀다. 통증을 시작으로 돌아오는 미세한 감각과 본능적으로 배어나오는 물기가 부드럽게 표면을 적시면서 눈을 뜨기가 한결 편안해졌다. 제법 오래된 수마의 여운과 함께 불투명한 막처럼 덮여져 있던 것이 사라지면서 작은 눈동자에 초점이 잡힌다. 보이는 것은 베이지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어렴풋한 격자무늬. 혹은 바래버린 것. 낯선 천장, 한편으로 익숙해진 풍경에 아라키타가 혈색 없는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도 자신의 방이 아니었다.

 

허리를 일으켜 세우자 기다렸다는 듯이 푹신한 쿠션의 감촉이 등을 받쳐온다. 고급 거위 털로 가득 채워 일주일에 한번 씩 세탁하는 커다란 쿠션이 녀석의 배려임을 알고 있다. 쿠션에선 녀석이 쓰는 섬유유연제의 냄새가 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리를 덮고 있는 이불도, 걸치고 있는 옷도 이제는 자신에게서도 녀석의 냄새가 난다. 일어났어? 인상을 구기던 찰나 들려온 목소리에 아라키타가 거칠게 고개를 돌렸다. 조금만 기다려, 야스토모. 거의 다 됐으니까.

 

이 곳은 신카이의 집이다. 정확히는 녀석이 자취하는 원룸 오피스텔. 구분된 문지방 없이 하나로 연결된 구조에 고개를 조금만 빼어도 주방에서 요리중인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그제야 자신을 깨운 것의 정체를 알았다. 날이 잘든 칼이 일정한 리듬으로 탁탁 도마를 두드리며 자르고 손질하는 소리. 버너가 돌아가면서 점화되는 불꽃의 알싸한 가스냄새. 끓어오르는 냄비와 달궈진 프라이팬. 요리중인 재료까지는 알 수 없었다. 녀석의 말대로 오래 지나지 않아 갓 완성된 음식이 트레이 위에 옮겨져 왔다.

 

요새 들어 야스토모 잘 먹질 않잖아. 걱정하고 있어.

 

중병 걸린 환자도 아니건만 언제나 신카이는 물 잔에 냅킨까지 챙겨선 접시가 담긴 트레이를 침대 위까지 운반해왔다.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 놓인 것은 척 보기에도 잘 차려진 식사였지만 아라키타는 그것이 수감된 죄수의 배식판과 같다고 생각했다. 어서. 김이 오르는 먹음직스런 요리들을 그저 노려보기만 하는 모습에 신카이가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차갑게 소독된 숟가락을 쥐어주었다.

 

하코네 시절 때만 해도 인스턴트 라면이나 겨우 끓일 줄 알던 녀석이었는데. 처먹는 재주만 있는 줄 알았더니만 어디서 배워왔는지 예상외로 솜씨가 있는 모양이다. 넓은 접시에 담겨 좌르르 윤기가 흐르는 것은 알맞은 크기의 두부완자와 야채를 함께 볶은 것이다. 움푹 파여 오목한 그릇에 담겨있는 것은 리조또처럼 보이는데 얼핏 보이는 버섯과 붉은 색깔을 보아 토마토소스를 넣은 듯했다. 코끝을 찌르는 자극적인 냄새에 텁텁하던 입안에 저절로 군침이 고인다. 생각해보면 식사를 한 것이 꽤 오래전의 기억처럼 느껴진다. 순간 참을 수 없는 허기가 텅 빈 뱃속을 짓눌렀다. 착 달라붙은 살가죽 아래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에 문득 숟가락이 쥐인 손에 힘이 들어간다.   

 

침대 곁에 의자를 끌어 앉은 신카이가 만족스런 미소를 짓던 그때였다. 흠뻑 젖은 혀가 식사를 조르는 것도 잠시 급체라도 한 마냥 속이 더부룩해졌다. 숟가락을 놀려 음식을 입에 담는 상상을 한다. 베어 무는 두부완자는 기름기가 빠지지 않아 잇 사이로 느끼한 거품이 둥둥 떠다닌다. 야채는 물러 터졌고 두부가 상했는지 시큼한 냄새와 함께 달팽이 점액처럼 미끌거리는 식감이 거북하기 짝이 없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입맛을 돋우던 음식냄새가 갑자기 역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걸쭉한 리조또의 붉은 색깔은 토사물이나 또는 비릿한 웅덩이처럼 보여 소름이 끼친다. 토마토소스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 그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녀석이 여기에 무엇을 넣었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아직 요리에는 손도 대지 않았지만 억지로 삼킨 오물처럼 치밀어 오르는 헛구역질과 함께 아라키타의 표정이 엉망으로 찌푸려졌다.

 

야스토모? 신카이가 이상을 느끼기도 전에 내팽겨 쳐진 숟가락과 휘둘러진 마른 손이 무릎 위에 놓인 트레이를 침대 밖으로 던져버렸다. 유리식기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물방울 튀기며 플라스틱 컵이 구르는 소리. 바닥을 더럽히며 엎어진 요리들이 한데 섞여 냄새는 더욱 고약해졌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신카이가 엉망이 된 식사보다 그의 상태를 먼저 살피기 위해 어깨를 붙잡으려 했지만 금세 뿌리쳐지고 말았다. 할퀴고 지나간 손등위에는 쓰라린 상처가 생겼고 날이 선 손톱 끝에 핏방울이 맺힌 채 드러내는 기세는 사납기 그지없다.

 

음식이 마음에 안 들어?
개수작 부리지마. 네놈이 주는 것 따위 한입이라도 먹을까보냐!

 

쏘아지는 노골적인 적의에 군청색 눈동자가 일그러진다. 화를 내려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순한 녀석이 답지 않게 표출하는 감정은 분노보단 차라리 원망에 가까웠다. 쳐진 눈매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선 흔들리는 동공에 순간 녀석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목소리엔 이미 물기가 묻어나 있었다. 하지만 야스토모 그새 많이 말랐어. 정말 죽을 셈이야? 도리어 따져 묻는 투에 울컥 화가 치솟는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바득 이를 갈던 아라키타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덮곤 도로 침대에 누웠다. 씨발 짜증나. 미친놈. 정신병자새끼. 등을 돌려 허리를 굽히면서 연신 중얼거렸다. 그럼에도 기척은 여전히 제 곁에 머문다.

 

이해해, 답답할 거야. 화도 나겠지. 그래도 너무 많이 미워하지는 마.

 

그러면 안 돼, 야스토모. 떨리는 목소리에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공복감은 이미 사라져버린 지 오래이다. 귀를 기울여 차차 진정을 찾아가는 숨소리와 함께 일정하게 들썩이는 윤곽을 보며 신카이가 이불 위에 손바닥을 얹었다. 버겁지 않은 무게감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여. 토닥토닥 다독이듯 쓸어내리는 것이 뒤집어쓴 누빔 천 너머로 느껴졌다. 직접 닿은 것도 아니건만 한없이 부드러운 손길에 심장의 박동이 느려진다. 한숨이 섞인 목소리는 그보다 달았다. 그래, 지금은 자도 돼. 일어나면 먹고 싶은 것을 말해줘. 잘 자. 좋은 꿈꿔, 야스토모.     

 

 

***

 

 

장마철이라 그런지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의 소리가 유독 컸다. 툭툭 떨어지는 놈이 우박처럼 창을 부수고 안으로 쏟아지는 것은 아닐까 어리석은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빗줄기는 단단한 유리 앞에 맥없이 부서져 물보라로 산산이 흩어졌다. 막 커버를 바꿔 끼운 쿠션에 등을 기댄 채 아라키타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자 신카이가 창가의 블라인드를 내렸다. 흐린 날엔 야스토모 컨디션도 좋지 않으니까. 자신을 염려하는 상냥한 목소리를 이어서 촤르륵 겹쳐져 있던 블라인드가 떨어져 내리고 이윽고 창밖의 풍경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툭툭 신경을 긁던 소리마저 깨끗하게 멎었다.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 창가에 쳐진 블라인드가 올라간 일은 단 한 번도 없다. 병신.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무료한 기분에 잠시 눈을 감은 것뿐인데 그가 잠들었다 생각했는지 느닷없이 손목을 붙잡아오는 터라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내심 깜짝 놀랐다. 노곤해진 몸은 감각이 둔해져서 화를 낼 타이밍을 놓친 채 일단은 녀석이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보려하는데 문득 차가운 느낌이 팔뚝 안쪽에 닿았다. 살갗에 닿는 화하는 기운은 과거 연습이 끝난 후 부실에서 상처를 치료할 때 썼던 소독용 알코올과 비슷하다. 그리고 이내 찔러 넣어지는 날카로운 통증. 순간 움찔하는 근육이 경련하는 것이 느껴지고 별수 없이 눈을 떠야만 했다.

 

변태새끼. 치켜뜬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욕설을 내뱉는 아라키타에도 신카이는 담담한 얼굴로 하던 것을 마무리 지을 뿐이다. 싫으면 뭐라도 좀 먹어. 나도 야스토모의 팔에 상처내고 싶지 않아. 기껏해야 포도당이나 영양제일 테지만 미덥지가 않다. 호스를 돌아 쑤셔 박힌 바늘을 통해 혈관으로 스며드는 수액의 느낌이 어쩐지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불쾌해졌다. 여기에 무엇을 넣었어? 빈정대고 싶었지만 꼭 제가 찔린 마냥 아픈 표정을 짓는 녀석에게 원하는 답을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였다.

 

숨구멍이 꽉 막힌 듯 답답함에 녀석으로부터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본능적으로 창밖을 찾았지만 굳게 내려져 있는 블라인드에 그것도 여의치 않다. 바람이 쐬고 싶어. 얼굴을 전부 씻길 만큼 찬바람이. 아니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다. 지긋지긋한 격자무늬 천장이나 녀석의 원룸 오피스텔이 아니라 좀 더 다른 풍경이, 널리 시선을 던질 수 있는 풍경이 보고 싶어졌다. 수면 위로 부족한 호흡을 호소하듯 일그러지는 표정과 움켜쥐는 손아귀로부터 구겨지는 이불에 보기 싫은 주름이 가득 잡힌다. 그러다 돌연 의아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스스로 직접 블라인드를 올리면 될 텐데. 왜 녀석이 창을 열어주길 기다리고 있었지? 창가로 가려면 침대 밑으로 내려가 서너 걸음 정도 걸어야 하지만 결코 먼 거리는 아니었다. 답할 수 있는 이가 자신 밖에 없기에 의문은 더욱 커져간다. 나는 왜 여기에 누워있는 거지?

 

그가 직접 제 발로 걸었을 때의 장면을 떠올리려 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히기라도 한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희뿌연 안개에 가려져서 마치 아득하니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진다. 아라키타가 고민하려 애쓸수록 의식하기 시작한 공포는 더욱 커져갔다. 허리 아래의 하체에 힘을 주려했으나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실로 꽁꽁 동여맨 손끝에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혹은 잘려나가 이미 없는 것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언제나 가지런히 덮어진 이불의 안을 확인하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워졌다.

 

안색이 파랗게 질린 채 부들부들 떠는 어깨를 보고 추워하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신카이는 푹신한 이불을 끌어다 그의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 괜찮아, 야스토모. 달래듯 나지막한 속삭임도 잊지 않는다. 링거주사에는 수면제의 효과도 있었는지 온몸을 감싸는 온기와 함께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차마 견디지 못한 채 까무룩 잠에 들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꿈속에선 까만 비가 내리고 있었다.


 

 

 

 

 

Posted by 모노님 :

 

 

 

 

첫 겁페글 짧게. 신아라 요소(?)있는 아라키타 이야기...

: summer


여름 날 마운드는 유달리 뜨거웠다.

경기장 한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는 그늘이 없어서 위에서 쏟아 붓는 진한 햇볕에 젖은 머리카락 아래로 굵은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진흙탕보다는 나았지만 지나치게 바싹 마른 흙도 알알이 모래 알갱이가 부서지는지라 미끄러지지 않도록 툭툭 발을 움직여 바닥을 다지는 동안 옷깃 위로 드러난 목덜미가 발갛게 익었다. 홀로 여름을 보내는 곳. 단 한 사람만이 올라갈 수 있는 좁은 마운드가 제가 있을 자리였다. 고집스런 성격 탓도 있지만 당시의 포수는 경험도 부족했고 자신과는 합이 잘 맞지 않아서 경기 중 구종과 볼배합은 스스로 결정해서 던져야 했다. 투구를 하면서 머리도 굴리려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 때도 있었고 홧김에 한 전력투구로 제풀에 지쳐 거친 숨을 몰아쉬던 때도 있었다. 패배한 날도 고생한 적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마운드가 좋았다. 손에서 멀어진 묵직한 감각이 내는 스피드와 원하는 코스를 향해 빨려 들어가는 제구로부터 밀려오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찐득하니 소금기가 묻어나는 땀 냄새와 익은 살의 따끔거리는 통증 따윈 단번에 잊을 수 있을 만큼. 그것이 자신이 보내온 여름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 공을 던질 수 없게 된 날 알게 된 것이다. 마운드를 내려오며 떨어지지 않는 미련에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본 순간 깨달았다. 희미한 발자국조차 남아있지 않은 채 허물어진 흙더미와 텅 비어버린 냄새. 저 곳에서 자신은 여태 혼자 서 있었다. 허리를 세우고 오로지 정면만을 즉시하던 그때는 몰랐던 지독한 외로움이 새삼 어깨를 짓눌렀다. 경기장을 벗어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외로움보다 짙은 고독뿐이다. 전부라 믿었던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 아라키타는 두 번 다시 여름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야스토모?”

차갑게 적신 스포츠타월을 머리 위로 뒤집어쓴 채 숨을 고르고 있던 사이 고막을 두드리는 목소리에 숙이고 있던 고개가 움찔 떨렸다. 흘깃 시선만을 올려보자 엉덩이를 깔고 주저 앉아있는 제 앞에 우뚝 서선 해를 가리고 있는 탓에 드리워진 그림자 아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야스토모 괜찮아? 아아, 시끄러워. 머리가 울리잖아.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런 식으로 자신을 부르는 사람은 한 놈 뿐이다. 변함없이 푹푹 찌는 찜통 날씨에 훈련 도중 잠깐의 휴식을 맞아 더위를 식히려던 것 뿐이었는데 생각보다 넋 놓고있던 시간이 길었는지 쓰고 있던 타월이 어느새 말라가고 있었다. 웅크리듯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에 신카이가 걱정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맞은편에 무릎을 굽혔다. 타월 사이의 표정을 살피기 위해 기웃거리는 꼴이 제법 우습다. 인터하이 직전이라고 무리하는 거 아니야? 이럴때일수록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고. 쫑알쫑알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박박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던 아라키타가 쓰고있던 타월을 신카이에게 집어 던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헝클어진 머리끝에 맺혀있던 물방울이 사방으로 튄다.

“짜증나게. 왜 인터하이는 여름에 하는 거야? 날짜 바꾸라고!”
“그건 억지잖아, 야스토모.”
“넌 덥지도 않냐, 돼지.”
“하지만 나는 야스토모와 함께 달릴 여름을 기다려왔는걸!”
“지ㅡ랄.”

거칠게 입술을 비죽이며 아라키타가 세워놓았던 비앙키의 핸들바를 잡았다. 뒤따라 신카이도 자연스럽게 서벨로에 올라탄다. 휴식은 여기까지. 머뭇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곧 후발주자로 출발한 마나미녀석이 자신들을 따라잡을 터였다. 건방진 후배에게 앞을 내줄 수는 없지. 돼지녀석에게도 질 수 없다. 힘주어 밟는 클릿페달에 이음새가 제대로 맞아 들어가는 익숙한 느낌과 함께 이를 악물며 생채기 투성이인 다리를 움직였다. 제엔장. 당기는 허벅지근육이 터질 것 같지만 아직까진 괜찮다. 벌써부터 성큼 가까워진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 한가득 풍겨오는 냄새에 코끝이 욱신거릴 정도야. 멀리서부터 울려오는 진동을 따라 쿵쿵 심장이 요동친다. 페달이 돌아가고 체인이 움직이는 소리. 달아오른 지면을 박차고 구르는 은빛 휠의 소리. 무르익은 녹음을 헤치며 바람을 가르는 벅찬 숨소리. 여름이 다가오는 소리다.

 

 

 

 

 

 

Posted by 모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