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토르 AU

 

감독 브쿱로켓X신인배우 토르

 

 

 

 

죄송합니다, 감독님. 비행기가 결항되는 바람에 에이전시나 코디 팀 전부 발이 묶여서요. 그래도 내일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할 거니까 안심해주세요. 다만...매니저 대럴은 잠시 머뭇거렸다. 토르는 먼저 출발을 해서요. 아마 지금쯤 말리부에 도착했을 텐데. 그래, 여기에 있어. 방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네 별장 앞에서 만났어. 역시 거기에 갈 줄 알았어요. 수화기 너머의 대럴이 한숨을 내쉬었다. 토르는 뭘 입고 있나요, 벌써 서핑보드를 꺼내놓은 건 아니겠죠? 사실대로 말해주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이미 한바탕 서핑을 즐기고 난 후라 햇볕에 약한 피부가 발갛게 익어있는 남자를 앞에 두고. 감독님 부탁드릴게요. 물론 그와 함께 있는 건 무지무지 열 받는 일이지만 그래도 감독님이 옆에 있어주셔야 해요. 제가 도착할 때까지만요. 속 터지시면 한 대 치셔도 돼요. 얼굴은 피해서요. 소속사에는 비밀로 할게요. 그것을 끝으로 통화가 끊어졌다.

 

로켓 감독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제법 난처한 상황이었지만 의외로 토르는 태연했다. 아니 그보단 뻔뻔했다. 로켓 스튜디오의 무어라 자신을 소개하려던 차에 딱 맞춰 대럴의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정정할까 싶었지만 이내 관두었다. 새파란 신인 배우와 저의 인연이 얼마나 갈까 싶었다. 어차피 식중독에 걸린 동료 대신 급하게 받아들인 화보 촬영 일이었다. 설마 관광 가이드 겸 베이비 시터까지 떠맡게 될 줄은 몰랐다만. 갸름한 턱에 난 거뭇한 수염을 문지르며 그가 말했다. 일단 저녁 식사나 하러 갈까?

 

결코 친절하다곤 할 수 없는 그가 먼저 식사를 권한 이유는, 차마 저걸 그냥 두고 가자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였다. 일몰이 떨어지고 하늘이 연보라색으로 물들었지만 토르는 여전히 상의를 벗은 채 허벅지 위로 올라오는 짧은 수영팬츠만 입고 있었다. 해변가를 지나오는 동안 남녀불문하고 걸어오는 캣콜링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르는 캘리포니아의 오렌지빛 햇살을 듬뿍 머금은 얼굴로 껄껄 웃었다. 신인 배우의 앞길 따위 알 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건 좀 위험했다. 어렴풋이 말리부 주변에 데이트 강간 마약이 성행한다는 가십지 기사를 본 것 같기도. 무드랍시고 백사장 위에서 섹스를 하는 녀석들은 콘돔을 준비할리 만무했다. 그러다 성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저걸 그냥 내버려두면 오늘밤 분명 잡아먹힌다. 저보다 큰 거구였지만 누군가 손을 붙잡고 사탕발림을 하면 저 블론디는 졸졸 따라가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뭘 먹고 싶어? 토르의 가슴에 달라 붙어있는 모래알을 툭툭 털어내며 물었다. 말리부가 처음이라는 토르는 두 눈을 끔뻑이며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다. 덩치를 보아하니 엄청 먹을 것 같은데 남자들끼리 인앤아웃 버거세트면 될까 싶다가도 또 여기까지 와서 버거는 아닌가 싶었다. 그럼 티본 스테이크랑 중국식으로 튀긴 꽃게가 먹고 싶네요. 망고맥주도 곁들여서요. 토르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시원스럽게 웃었다. 저 뻔뻔한 새끼...욕지거리가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말했다.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어.

 

밤이 무르익으면서 해안선을 따라 하나둘 조명이 켜지고 찰싹거리는 파도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틈새로 터벅터벅 경쾌한 슬리퍼 소리가 저를 따라오고 있었다. 망고맥주는 무슨, 단맛을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메스꺼웠다. 술을 얼마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무조건 바카디다. 저 놈은 백퍼 스트레이트겠지. 그럴싸하게 홀리지만 어쩐지 그런 예감이 들었다. 유감스럽게도 자신은 스트레이트 취향이었다.

   

 

 

 

 

 

 

 

 

 

 

 

 

 

 

 

#로키토르 AU

 

짝사랑하는 로키X알못(?) 토르

 

 

 

로키 오딘슨은 우울했다. 워낙 감정을 숨기는 데 능통했기에 여간해선 티가 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그는 한동안 우울한 상태였다. 네 음습한 사랑이 곰팡이처럼 너를 병들게 하는 거야. 뇌 한구석에서 비웃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이미 늦었어. 그는 세속적인 희곡의 제목을 떠올렸다. 나는 이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탔어. 이성으로 치장하려 하지만 이토록 음습한 것이 그의 본능이었다. 아무렴 어때. 쉽사리 자신을 비관하지는 않았다. 비록 그의 형인 토르를 사랑한다 할지라도.

 

<형을 사랑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지>라는 제목의, 웹에서 우연히 알게 된 게이 사이트에 올린 글에는 무수한 댓글이 업데이트됐다. <역겨운 놈>, <신종 어그로?>, <내가 형이면 널 죽도록 팼을 거야> 등등. 이 씨발새끼들이. 로키가 답지 않게 상스러운 욕을 했다. 아무래도 빨랫감에 섞여 있는 형의 속옷을 보고 몇 번 뺀 적 있다는 내용은 쓰지 않는 게 좋았던 것 같지만. 토르가 날 죽도록 팬다고? 정말 뭣도 모르는 새끼들이었다. 그것을 보자 도리어 더욱 확실해졌다. 토르를 향한 정념 그대로의 순도 높은 사랑을.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날 오후, 토르는 여자친구와 데이트가 있었다. 로키는 더욱 우울해졌다. 아찔한 두통이 밀려와 아스피린을 두 알을 먹고 소파에 기대 앉아있자 내내 거울 앞을 서성이던 토르가 돌아보았다. 왜 계속 보지, 거울이 뚫어져라 보던데. 멋쩍은 모양인지 흘러내린 금색 머리카락을 연신 귀 뒤로 넘긴다. 빈정거렸지만 사실 거울을 보는 토르를 지켜보는 일은 그의 은밀한 취미 중 하나였다. 거울에 비친 매끈하니 잘생긴 얼굴을 보는 것이나, 자신에게 도취되어 흐뭇해하는 또 약간은 부끄러워하는 형을 보는 게 즐거웠다.

 

기분이 좋지 않은가 보구나. 뒤에서 다가온 토르가 로키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두꺼운 팔이 감겨들면서 토르의 체취가 물씬 끼쳐왔다. 달큰한 살 냄새와 함께 언제 뿌린 것인지 자신의 향수 냄새도 같이 풍겨왔다. 괘씸했지만 한편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그래 그렇게 밖에서도 내 냄새를 풍기고 다녀. 어디가도 알아볼 수 있게끔. 미소가 그려지던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입술을 떨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곧 여기에 다른 여자의 냄새가 섞이겠지. 역겨운 화장품 냄새와 비릿한 땀냄새. 한데 섞이는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구역질이 올라왔다. 머리가 아파. 로키가 약한 소리를 내며 토르의 팔에 머리를 기대었다. 토르는 로키의 엄살에 약했다. 둘 다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토르는 이내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해, 동생이 아파서 나갈 수 없을 것 같아. 통화를 마치기 전 그들만의 애칭 같은 것이 들리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로키를 괴롭혔던 두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보상이 되었는데 토르는 주방에서 초콜릿을 가져와 두 손으로 뚝 분질러 나누더니 한 조각 씩 로키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TV에 익숙한 영화를 틀었다. 어린 시절 로키가 잠 못 이루는 날이면 틀어주곤 했던 만화영화였다. 세상에 이 나이에 토이스토리라니.

 

당신은 내게 남은 하나의 불빛마저 꺼버리려고 하시는 군요. 당신은 날 사랑하고 있어요. 그것이 죄악이 될지라도 전 그럴 수 없어요. 제가 가엾지도 않으세요? 눈에 들어오지 않는 만화영화 대신 로키는 또 다른 희곡의 대사를 떠올렸다. 형 솔직하게 말해 봐. 지금처럼 나를 조금 더 가엾게 여겨 봐. 잠들기 전 문을 잠근 이유는 내가 너의 방을 찾아갈 것이란 걸 알고 있어서잖아. 차라리 토르를 닮은 금발 거유가 나오는 질펀한 게이 포르노를 보는 게 나을 것 같았으나 로키는 잠자코 소파에 등을 깊게 기대었다. 지독하게 단 초콜릿을 억지로 녹여 삼켰다. 옆에 앉은 토르가 그의 손등을 부드럽게 두드려주었다.        

       

 

    

    

 

         

 

 

 

 

Posted by 모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