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인 브쿱로켓X아스가디언 토르(토르1 시점)

* 로켓토르 감금아닌 감금플:D

* 15금 정도 노골적인 단어 사용이 있습니다

 

 

 

 

 

 

 

 

 

 

 

 

외계인을 조심해!

 

 

 

 

 

 

 

 

 

 

꿈속에서 그는 짐승이었다. 이빨이 많은 주둥이가 뾰족하게 튀어나왔고 네발로 보행하다가 도중에 벌떡 일어서기도 했다. 어쨌든 토끼는 아니었다. 꿈이기에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좀 특이한 동물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보는 것처럼 제3의 시선에서 그것을 관망하였다. 짐승은(그는) 이제 목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방목이 주요 사업인 뉴멕시코에선 흔한 풍경이다. 이제 슬슬 일어날 때가 된 것 같은데그는 아침뉴스가 보고 싶었고 최근엔 뉴스 뒤에 나오는 막장 소프 드라마에도 재미를 붙였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무렵 짐승이 수북하게 쌓인 건초더미로 뛰어들었다. 바짝 마른 건초가 얼굴에 달라붙으면서 그는 마치 4D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실과 유사한 불쾌감을 느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발밑의 중력이 사라지는 묘한 느낌에 이어 별안간 짐승의, 아니 그의 몸이 둥실 떠오르는 것이다.

 

누군가 뒷덜미를 잡아당긴 것처럼 그는 공중으로 끌어올려지고 있었다. 고개를 젖혀보니 천천히 회전운동을 하고 있는 거대한 원반이 머리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소를 납치하는 UFO 전설이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니까 지금 그는 꿈속에서 납치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버둥거릴 틈도 없이 그의 몸이 발광하는 비행접시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실험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무언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눈이 부셔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다. 어린 시절, B급 오컬트 비디오에서 보았던 산 채로 해부되었다가 장기만 쏙 빼놓고 버려진 소의 시체가 절로 상상되었다. B급답게 그 시체는 가짜였다. 이 꿈 역시 가짜일 텐데 슬금슬금 몸을 타고 올라오는 손길의 느낌이 너무 현실적이었다. 이윽고 '무언가'가 그의 귓가에 다가와 속삭였다. 

 

내가 자지 빨아준다니까.

 

뭐라고?! 말 대신 헉하는 숨소리를 내뱉으며 <로켓>이 잠에서 깨어났다. 피부에 착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러닝셔츠의 등이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동안 소름이 돋을 법한 순간은 종종 있었고, 생사를 오가다 총알도 몇 번 맞아봤지만 지금처럼 소름 끼친 것은 처음이었다. 씩씩거리던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악몽의 원흉을 찾을 수 있었다. 같은 침대 위에서 길고 두꺼운 손가락이 여전히 그의 바지춤 위에 올려져 있었으니까. 너 지금 뭐 하냐. 그러자 '무언가'가 조금 멋쩍어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내가 자지 빨, 거기까지 듣고 그는 홱 등을 돌려 누우려 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둘의 손목을 연결하고 있는 핑크색 수갑 때문에 어깨가 돌아가다 말았다. 도리어 끌려온 '무언가'가 그의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가슴 위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에 이번에는 턱하고 숨이 막혀왔다. 래빗 지금 살짝 커진 것 같은데. 토르가 슬쩍 움직일 때마다 맞닿은 하반신이 비벼지는 느낌에 그는 차라리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쟤한테 저딴 말을 알려준 게 누구냐. 씨발 누구긴 누구야 자신이었다.

 

내가 그, 그걸 잘 한다오!

 

손발이 묶인 채 버둥거리던 토르의 외침에 어처구니가 없어지긴 했지만 그는 이내 비틀린 웃음을 만들어냈다. 금발의 백치 미인은 취향이었지만 제가 무슨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줄도 모르는 약쟁이는 제외였다. 네가 뭘 잘하는데. 자지 빨아본 적은 있냐. 기대라곤 일절 없는 물음이었다. 발음을 할 때 동그랗게 벌어지는 입술이나 탐스러운 목울대를 보면 막상 잘 빨 것도 같지만그러자 토르가 전에 없는 순수한 얼굴로 되물었다. 

 

자지가 무엇이오?

 

꿈뻑꿈뻑거리는 눈동자를 마주하곤 그의 어깨에서 힘이 쭉 빠져버렸다. 그런 상스러운 소리는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말투나 외견에서도 티가 났지만 그만큼 남자가 곱고 귀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뜻이었다. 정말 부잣집 도련님이나, 어디 귀족의 아들이라도 납치해온 것일까. 그는 눈앞의 상황이 약간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오는 과정이 조금 거칠긴 했지만 보스가 보낸 빨간색 카드에는 '데리러 간다'고 적혀 있었다. 가지러도, 찾으러도 아니고 데리러 오겠다니. 남자의 가치는 알 수 없으나 경황상 거칠게 다루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트렁크에 다시 쑤셔 넣은 뒤 현관 벽에 기대 놓으려 했는데. 차라리 시체 가방 꾸러미를 떠안는 편이 나았다.

 

표정은 덤덤했지만 오랜 시간 묶여있던 탓에 토르의 손목과 발목이 벌겋게 부어있었다. 그는 좀 더 합리적인 구속과 감금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남자는 꽤 거구였기에 그를 묶어놓을 만한 기둥이 그의 집에는 없었다. 아니면 침대에 묶어? 근육질의 두 남자가 싱글베드에 엉겨붙어 자는 꼴은 사양이었다. 크게 상처 입히지 않으면서 쉽사리 도망칠수는 없는 방법이 필요했다. 손발을 풀어준 뒤 그는 우선 벌거벗고 있는 토르에게 제 옷을 가져다 입혔다. 래빗이라 불린 우스꽝스러운 티셔츠를 입힐까 싶었지만 장난을 칠 기분도 아니어서 관두었다. 푹푹 한숨이 나오는 반면에 토르는 제가 건네준 티셔츠와 청바지가 말끔하니 잘 어울렸다. 나를 도와주는 것인가. 그렇담 먼저 묠니르를 찾고 싶은데. 약간 정신 나가 보이던 것이 여느 잘생긴 젊은이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토르의 오른손과 자신의 왼손에 각각 수갑을 한쪽 씩 채웠다. 찰칵 소리를 내며 잠긴 핑크색 수갑은 이틀 전 자고 갔던 하룻밤 상대가 놓고 간 것으로(도중에 집어던진 것을 침대 아래서 발견하였다) 진짜처럼 정교하진 않지만 남자를 자신의 행동반경 안에 두고 감시하기엔 충분했다. 마찬가지로 핑크색 열쇠를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쯧 혀끝을 찼다. 성가신 감시역이지만 일주일만 버티자 싶었다.

 

"저것이 먹고 싶은데." 

 

그리고 그 감시역이 흡사 보모 역으로 바뀐 것은 3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토르가 가리킨 TV 브라운관에선 마침  아이스 바 선전이 나오고 있었다. 색소를 넣은 싸구려 빙과였다. 어릴 때 안 먹어봤어? 어릴 때라니 까마득한 기억이군. 세상 물정 모르는 얼굴을 하고선 어울리지 않게 노친네스러운 말을 한다. 어린 시절에도 아스가르드의 궁전에 저런 것은 없었소. 이제 좀 일반적인 대화가 통하나 싶었는데 또 딴 세상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혹시나 싶어서 스마트폰으로 아스가르드를 검색해보기도 했다. 당연히 존재할리 없는 지명이었고 그는 아직 약기운이 덜 빠진 것으로 판단했다. 웃기네 지가 무슨 진짜 외계인이야 뭐야.

 

수갑을 채우고 그의 아파트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에 어쩐지 토르는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눈치를 살피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이따금 불편해하고, 또 심심해했을 뿐이다. 그럼 일주일 뒤에는 풀어주는 것이지? 원활한 감시를 위해선 상대방의 협조도 필요했기에 그는 대충 그렇다 하였다. 그래 좋게 가자. 토르를 제압하기 위해 아파트 안에서 실랑이를 벌였다간 단출한 살림이 박살 나는 것은 물론 그도 꽤나 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이상한 감금 생활이 시작되었다. 진짜 이상했다. 1분 1초도 떨어지지 않다 보니 침대도 같이 쓰고 샤워도 같이 했다. 그러다 보니 말을 섞지 않을 수가 없었고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토르는 제집처럼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꿔가며 TV를 보았고 냉장고에서 먹고 싶은 것을 꺼내 먹었다. 그때마다 그는 토르가 움직이는 대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꼭 밥을 먹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밥을 먹이지 말라는 지령을 받은 건 또 아니니까. 이걸 아직 패도 된다는 확신이 없으니 손가락 하나 함부로 댈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처한 상황이 이해가 안 가나 본데. 제멋대로 굴지마."

"래빗의 자지를 빨 수 없으니 저거라도 빨아야지."

 

새로 배운 단어에 재미가 들렸는지 토르는 틈만 나면 저렇게 앙큼한 말로 그의 신경을 긁었다. 세상에 저렇게 팔자 좋은 인질이 어디 있나. 이 집에서 고통스러운 건 그뿐이다. 부릅 뜬 눈으로 토르를 노려보던 그는 하지만 결국 화를 꾹꾹 눌러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차피 장을 볼 시기였으니까 겸사겸사 나가는 것이다. 결코 남자에게 아이스 바를 사다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제 손목에 걸려 있던 수갑 한쪽을 풀어서 의자 팔걸이에 걸고 토르를 앉혔다. 금방 올 테니까 얌전히 TV나 보고 있어. 그러자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얌전히 기다리겠네. 이 새끼는 진짜 뭐지. 얼빠진 얼굴을 보다보면 저까지 얼이 나가는 느낌이라 그는 황급히 지프 키를 챙겨서 문을 나섰다.

  

 

***

 

 

식료품점에서 적당히 장을 보고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냉장고 앞에 섰을 때 그의 인상이 팍 찌푸려졌다. 아이스 바가 없었다. 위 칸부터 아래 칸까지 전부 훑어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있을 건 다 있는 아담한 식료품점에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는데 그는 짜증을 숨기지 못하고 투덜거렸다. 할 수 없이 근처에 있는 하겐다즈로 손을 뻗었다. 아무거나 처먹어. 가장 앞에 진열되어 있는 바닐라 맛 하겐다즈를 꺼내자 아뿔싸 그 뒤에 또 다른 맛이 보였다. 그는 결정 장애라곤 없는 쿨한 성격이었지만 잠시 고민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 쿨하게 두 통 모두 꺼내들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맛을 두고 고민하는 일 따윈 신이 그에게 던진 가벼운 장난이었다는 듯 진짜 재난은 돌아가는 길에 덮쳐왔다. 어디서 푸쉬식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내 차가 비스듬히 기우는 바람에 그는 길 한가운데 지프를 세웠다. 날카로운 돌부리에라도 걸린 건지 타이어가 한 뼘 정도 찢어져 있었다. 변두리의 오프로드에선 드문 일도 아니다. 다행히 스페어 타이어가 있었고 차가 많이 오가는 도로가 아니었지만 괜스레 기분이 초조했다. 그는 솜씨 좋게 타이어를 교체했다. 고치는 데 있어 발군인 그였지만 그럼에도 이십 분 가량이 소요됐다. 다시 지프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을 때 그의 이마에 진땀이 흘렀다.

 

처음 집을 나서며 예상했던 것보다 외출 시간이 길어졌다. 그만큼 집을 비운 시간도 길었단 뜻이다. 자신이 너무 안일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핸들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니 안일했다. 이렇게 안일할 수가 없어. 무슨 생각으로 그놈을 혼자 두고 나왔지? 마른세수를 하는 것처럼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그가 이내 거칠게 엑셀을 밟았다. 어서 아파트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차키도 뽑지 않은 채 지프에서 뛰어내렸다. 곧이어 그가 허겁지겁 계단을 밟아 오르는 소리가 아파트 전체에 울렸다. 계단을 오를수록 초조한 기분이 더 커져갔다. 척봐도 토르는 한 덩치 했다. 그런 놈을 성냥개비로 만든 것 같은 나무의자에 묶어놓고 안심했다니. 심지어 핑크색 수갑은 그냥 분위기나 돋우는 장난감이지 진짜도 아니었다. 완력으로 빼자면 빼지 못할 것도 아니다. 굳게 잠겨 있어야 할 현관문이 단번에 열어젖혀지는 순간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하였다. 집안 어디에서도 토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분홍색 수갑만 팔걸이 끝에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다시 아파트를 뛰쳐나왔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발길이 닿는 대로 눈앞에 뻗어진 길을 내달리다가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우뚝 그의 몸이 멈추었다. 반동으로 상체가 휘청거렸지만 그는 이내 중심을 잡고 바로 섰다. 내가 그 놈을 왜 찾아야 하는데. 어차피 보스고 조직이고 다 좆까고 튈 계획이었다. 그가 애써 토르를 찾아다닐 이유가 없었다. 

 

온 길을 되돌아가면서 벅찼던 호흡이 점차 가라앉았다. 비슷하게 그의 기분도 묘하게 점점 바닥을 치고 있었다. 터덜터덜 아파트로 들어설 무렵 차키를 뽑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두 통이나 샀던 하겐다즈도 떠올랐다. 씨발 그걸 혼자 어떻게 다 먹어. 그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울컥하는 기분으로 거칠게 지프의 문을 열었을 때, 운전석에는 누군가 앉아 있었다. 토르였다.   

 

"넌 뭐야?"

 

무슨 질문이 그랬다. 제가 생각해도 뜬금없었다. 해명하자면 그는 좀 지쳐있었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뛰었고 머리에 너무 많이 열을 올렸다. 태양이 내리쬐는 도로 한가운데 퍼져버린 그의 지프처럼 맥이 빠진 그는 그저 토르를 쳐다봤다. 눈에 힘을 주어 좀 노려보기도 했다. 재촉하는 걸로 보였는지 토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돌아오질 않기에 무슨 일이 생겼나 해서 나와 보았소. 보아하니 별일 아니었나 보군. 

 

말없이 서있는 그를 내버려 두고 토르는 옆좌석에 놓인 하겐다즈 통을 집어 들었다. 내내 차 안에 있었으니 녹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반 이상 녹아 걸쭉해진 것을 토르는 검지 손가락 끝으로 푹 떠서 먹었다. 맛있네. 입술에 남아있는 크림을 마저 핥아 안으로 가져갔다. 젖은 혀끝이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 것이 어쩐지 아쉬웠다.  

 

"땀을 많이 흘렸군."

 

토르가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훑어냈다. 말대로 드러난 이마가 축축했다. 다 식은 줄 알았는데 그만큼 땀을 많이 흘린 모양이었다. 뒤늦게 탈수현상이 오는 것처럼 눈앞이 아찔해졌다. 짧은 현기증을 틈타 입술이 다가왔다. 매끄러운 감촉이 맞닿자 갈증이 더 심해졌다. 아까의 젖은 혀를 쫓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을 그것을 붙잡아 빨아들이고 싶었다. <로켓>이 뒷목을 덮는 금발을 움켜잡았다. 좁은 통로에서 두 개의 혀가 앞다투어 얽혀들었다. 토르가 고른 것은 바닐라 맛이었다. 

 

 

 

 

        

 

 

          

 

 

 

        

 

 

       

 

 

 

Posted by 모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