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에 정착하기 시작한 토르와 로켓의 소소한 뉴욕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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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Y More Than Ever

 

 

 

 

 

 

 

 

"뉴욕 지하철에선 컨테이너에 들어가지 않는 동물의 탑승은 제한하고 있습니다."

"래빗은 물지 않소."

 

 

푸근한 인상의 중년 여성에게 토르는 찡긋 윙크를 보냈다. 미드가르드인들은 그를 좋아했다. 대개가 그러하듯 그녀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뉴욕 교통국의 노련한 역무원을 설득하기엔 부족한 모양이었다. 오, 토르 당신의 윙크는 환상적이지만 그래도 안 돼요. 이게 뉴욕의 규칙이에요. 짐짓 단호한 태도에 토르는 난처한 표정으로 옆에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밖에서도 목줄이나 하네스를 착용해야 할 거예요. 그러자 잘생긴 미간을 찌푸리며 질색을 한다. 입마개 얘기까지 꺼냈으면 화를 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이건 어때요? 친절한 역무원이 새내기 뉴요커에게 들고 있던 헝겊가방을 건넸다. 이틀 전 공원에서 열린 플리마켓에서 덤으로 받은 것이었다. 

 

 

 

 

"기분이 어떤가?"

"...멀미날 것 같아."

 

 

방금 전 역을 지나치면서 붐비던 지하철 안에 드디어 자리가 생겼다. 평소의 그라면 목적지까지 서서 갔겠지만 오늘은 의자에 앉아 헝겊가방이 흔들리지 않도록 청바지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피터 래빗이 그려진(토르와 로켓 둘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가방 안에는 로켓이 들어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하는 sns에선 펫과 이렇게 지하철을 타는 게 유행이래요. 역무원의 너스레에 로켓은 똥이라도 씹은 표정이었지만 그들의 첫 뉴욕 외출을 초장부터 망칠 수는 없었다. 본래는 업스테이트라는 곳에 있는 어벤져스 본부에 용건이 있었다. 하지만 볼일을 해결하고 나자 시간이 남았고 그때 토르가 권해온 것이다. 날씨도 좋은데, 함께 거리를 구경하러 가지 않겠나? 푹푹 한숨을 내쉬면서도 스스로 한발 한발 헝겊가방에 몸에 집어넣는 로켓에 토르는 껄껄 호탕하게 웃었다.  

 

 

이봐. 지금 손으로 받치고 있는 거기, 내 엉덩이야. 그의 무릎 위에 웅크리고 있는 자세가 영 탐탁치 않았지만 토르는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차라리 굼벵이를 타고 말지, 좁기는 존나 좁아 터졌구만. 토르는 다운타운까지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었음에도 로켓과 지하철을 타고 싶어했다. 미드가르드인들은 다들 이걸 타고 이동한다고 하네. 나도 전에 한 번 타 본적이 있는데...비슷한 창 밖 풍경에는 금방 질려버렸지만 아스가디언이 느닷없이 지구에 막 떨어졌을 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지루하지 않았다. 

 

 

동료의 영향인지 로켓은 음악을 좋아했다. 밀라노에 있는 로켓의 작업실에선 늘 지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토르는 스티브 로저스에게 미드가르드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소를 물었고 맨해튼의 레코드샵을 추천받은 것이다. 낡은 건물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토르는 이곳이 스타크가 말하던 '구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노친네가 말하는 클래식은 중세시대같은 거잖아. 뉴욕 최고의 플레이보이를 내버려두고 캡시클에게 데이트 스팟을 묻다니ㅡ라며 후에 스타크가 혀를 차며 말했다) 하지만 로켓은 LP판과 카세트 테이프가 일색인 레코드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최근 퀼이 보여줬던 영화와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엿 먹는 순간에는 꼭 같은 노래가 나왔다며 걸걸한 목소리로 통통 튀는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fuck you very very much. 토르도 금새 입에 익은 가요를 따라 불렀다.

 

 

해먹처럼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헝겊가방에도 익숙해졌는지 토르의 어깨에 매달려 가는 동안 로켓은 별다른 불평이 없었다. 스타벅스에서 그가 커피를 주문하는 동안(로마노프가 주문하는 방법을 미리 알려주었다) 가방 밖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로켓을 보고 점원이 손을 뻗었다가 물릴 뻔 했을 때를 빼곤 평화로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점원이 커피와 함께 강아지용 퍼푸치노를 내밀었을때, 한 입 맛본 로켓이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점원의 얼굴을 향해 휘핑크림을 집어 던졌을 때는 토르도 진땀을 빼야 했다. 그는 단 것을 싫어한다오. 콜드브루 커피 한 잔이 나왔을 때 겨우 로켓의 분노가 풀렸다.

 

 

시끄러운 인파가 질릴 무렵에는 강변에 있는 리버 사이드 파크로 향했다. 휴대폰이 없으니 네비게이션이나 검색따위 할 수 있을리 없었지만 이럴 때는 로켓의 예민한 후각이 도움이 되었다. 물냄새를 따라가자 곧 커다란 강이 나왔다. 강바람에 제법 기른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그들은 해질 무렵 지나가는 요트를 구경했다. 토르는 앞으로 이 풍경에 점점 익숙해질 터였다. 로켓도 헝겊가방에서 나와 그와 마찬가지로 벤치에 털썩 걸터앉았다. 뉴욕 구경 한 번 하기 더럽게 번거롭네. 내 가이드가 서툴렀나? 뭐...이동수단 만큼은 나쁘지 않았어. 이제는 이 곳이 나의 터전이 될 거라네.

 

 

"내가 이 곳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발 붙이고 살면 다 똑같지." 

"다음 지구를 떠나는 때는 언제지?" 

"보름 후."

"이번에도 긴 여행이 되겠군."

"그러니까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으라고. 다음에 왔을 때는 아주 눌러앉고 싶어질 만큼."

 

 

우주에서 온 낯선 신이 이 별을 사랑하는 만큼 그를 사랑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가 이 별을 더욱 사랑할 수 있기를 로켓은 바라게 됐다.  

 

 

 

  

 

     

 

       

           

 

    

     

        

 

 

Posted by 모노님 :

 

 

 

 

* 라그나로크 시점 사카아르에 떨어진 토르가 로켓과 만난다면...

* 로켓은 가오갤X, 현상금 사냥꾼 시절 로켓

* 중간에 로켓이 인간으로 변함. 겉모습은 목소리 원주인 브래들리 쿠퍼

* 약간의 수위 표현 있음

 

 

 

 

 

 

 

 

 

 

 

 

 

 

Pretty Baby Silly Baby

 

 

 

 

 

 

 

 

 

토르가 눈을 뜬 곳은 투기장이 아닌 응접실이었다. 그는 헐크와의 싸움 도중에 전기충격을 받고 쓰러졌었다. 의식과 더불어 예민해진 통증에 미간을 찌푸린 토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에 갇힌 도넛 모양 감옥과 마찬가지로 사방이 막혀있지만 바닥에는 푹신한 매트가 깔려있었다. 응당 있을 법한 테이블이나 의자 등 가구 하나 보이지 않는 기묘한 방에 경계를 내려놓지 못하던 그때, 의문을 해결해준 것은 등 뒤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였다.

 

 

여긴 그랜드마스터가 야한 짓할 때 쓰는 방이야.”

야한 짓?”

그럼 이런 방에서 카드게임이라도 하겠냐? 당연히 난교섹스파티지.”

 

 

기묘한 방의 정체보다 놀라운 것은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귀가 삐쭉 솟아 있었으며 긴 수염이 달린 주둥이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보였다. 전신이 털로 덮여있는 모습은 명백한 짐승의 것이었다. 그것도 두발로 서서 난교섹스파티를 말하는 짐승. 그럴 수도 있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토르가 목덜미에 붙은 딱정벌레 같은 것을 떼어내려 했다. 더 이상 놀란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지 않자 (토르의 관심은 오로지 목에 붙은 것을 떼는데 있었다) 짐승의 형태를 한 자가 다시 한 번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이봐 금발 덩치, 그 복종디스크를 해제하려면 제어기가 필요해.”

이것에 대해 아는가?”

당연하지! 그 끝내주는 복종디스크는 내가 만든 거니까!”

! 그렇다면 이것을 떼어줄 수 있겠소?”
이미 팔아버린 제어기를 나한테 찾으면 안 되지.”

 

 

원한다면 붙어있는 부분만 도려내줄 수도 있어. 그때도 네가 살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구르는 작은 짐승을 내버려두고 토르는 다시금 복종디스크를 떼어내려 했지만 피부가 찢길 것 같은 아픔만 돌아올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우선해야 할 것은 이 해괴망측한 방을 탈출하는 일이었다. 그의 누이이자 부활한 죽음의 여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옛 동료, 도움이 안 되는 얄궂은 아우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다. 어떻게든 사카아르를 탈출해 한시바삐 아스가르드로 돌아가야 했다.

 

 

토끼, 자네는 그랜드마스터와 이곳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은데.”

토끼가 뭐냐? 난 로켓이다.”

내게 이 방을 탈출할 방법을 알려주지 않겠소. 지혜로운 토끼여.”

그걸 알면 내가 여기에 있겠냐.”

 

 

그제야 거친 털결에 숨겨져 있던 복종디스크가 보였다. 절규 대신 신음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토르가 커다란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귀엽기만한 멍청한 토끼! 소리를 내진 않았다. 그럼 자네는 왜 여기에 있는 건가...그랜드마스터의 멜트 스틱을 훔치려다 걸렸거든. 다음엔 꼭 훔쳐야지.

 

걱정 마. 네가 들어온 덕분에 이제 나갈 방법이 생긴 것 같으니까. 그보다 치료부터 하는 게 어때? 또 한바탕 날뛰어야 할 텐데. 좌절한 듯 보이는 (실은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토르가 한동안 말이 없자 주변을 서성이던 로켓이 어디서 꺼내왔는지 모를 구급상자를 건넸다.

 

 

그랜드마스터가 천둥의 군주라고 자랑을 하던데.”

천둥의 신이다.

그런데 전기충격을 받고 쓰러져? 존나 웃기네!”

“...토끼 자네는 로키를 닮았군.”

토끼라 하더니 로키는 또 뭐냐?”

"탈출 방법은 알아서 찾을테니 자네는 잠시 쉬고 있는게 좋겠어." 

 

 

토르는 구급상자에서 꺼낸 붕대를 로켓의 목주변에 한바퀴 둘렀다. 단단히 매듭을 만들더니 거기서 멈추지 않고 길게 늘어진 붕대 한쪽을 벽근처에 있는 기둥에 묶었다. 털가죽을 붙잡는 커다란 손에 주춤하는 사이 로켓은 목줄이 채워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여기서 내가 문을 여는 것을 지켜보게. 얌전히 있으니 귀엽지 않은가, 작은 친구. 목을 조인 붕대 위로 수북한 털이 우습게 삐져나왔지만 토르는 정말로 귀엽다는 듯 로켓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치를 떠는 로켓의 이빨이 그의 손을 깨물기 전에 토르는 껄껄 웃으며 닫혀있는 출입문 앞으로 향했다.

 

 

"설마 그 문을 힘으로 때려부술 생각은 아니지?"  

"두 세대 치면 열릴 것 같은데."

"소란 피워봤자 경비병이 와서 제어기를 누르면 넌 또 빌빌대면서 쓰러지겠지. 오줌이나 지리지 말라고.

천둥의 군주ㅡ"

"어디서 개가 짖나."

 

 

토르가 억센 주먹으로 문을 내리치자 로켓이 욕설을 내뱉었다. 두개골 안쪽도 잘빠진 근육으로 채워진 거야? 나한테 좋은 계획이 있다고! 꽥꽥거리는 로켓이 시끄러웠지만 옆에서 떠드는 것보단 나았다. 다시 한번 주먹을 들어올린 그때였다. 갑자기 옆에서 움켜잡는 힘에 뻗어가던 팔이 멈추고 철문이 으스러지는 소리 대신 귓가에 그르렁거리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듣지?

 

사방이 막힌 응접실에는 그와 로켓 뿐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아보았을 때 기둥에 매어두었던 작은 동물 친구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매서운 눈을 한 남자가 등 뒤에서 토르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번엔 천둥의 신이라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굵은 목에 감겨져 있는 붕대가 아니었다면 남자의 정체를 영원히 눈치채지 못했으리라. 자신이 감고 매듭을 묶었던 붕대였다. 붙잡고 있던 토르의 팔을 내려놓은 남자는 그대로 거추장스럽게 매달려있던 붕대를 마저 끌어내렸다. 

 

 

"...내가 아는 토끼가 맞소?"

"어디가서 말하기만 해봐, 그때는 복종디스크를 네 엉덩이에 처박아 줄 거야." 

 

 

거친 말을 내뱉을 때 보이는 송곳니와 물어뜯을 듯 사나운 기세는 로켓의 것이 맞았다. 두 눈을 껌벅거리며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토르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뾰족한 주둥이 대신 갈라진 얇은 입술이 미끄러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야성적인 짐승의 태가 남아있었는데 웃는 모습 하나로 남자는 퍽 유쾌한 인상으로 변했다. 덥수룩하던 털 대신 거뭇한 수염자국만 남은 날렵한 턱을 쓰다듬던 로켓이 토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이깟 방 탈출하는데 뭘 그렇게 열을 내, 쉽게 가자고 buddy. 사람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말이 많았다. 낭비할 시간이 없소. 뒤늦게 표정을 굳힌 토르가 손바닥으로 남자를 밀어냈다. 그보다 말랐지만 탄탄한 근육이 잡혀 있는 몸은 나체였다. 다시 붕대를 감아주어야 하나 고민하던 때에 로켓이 먼저 세치 혀를 움직였다.

 

 

"좋아, 그럼 대장을 정하자."

"난 어서 아스가르드에 돌아가야...!" 

 

 

남자는 곧장 토르의 바지 앞섶으로 손을 뻗어왔다. 무, 무엇하는 게냐! 당혹스러움이 듬뿍 담긴 왕자님 말투에 로켓이 벌칙젤리라도 씹은 것처럼 표정을 찌푸렸다. 당연히 거시기 큰 쪽이 대장이잖아? 그럴싸한(?) 이유를 대며 기어이 로켓이 토르의 것을 밖으로 꺼냈다. 저쪽은 애초에 나체이니 꺼낼 필요도 없었다. 양손에 그들의 것을 붙잡고 어린애들의 키를 재듯 비교하려드는 상황에 토르는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정신이 없었다. 오딘의 아들이자 고귀한 존재로서 난생 처음 겪어보는 날것의 저속함(;;)에 차마 남자를 뿌리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막상 까보니 예상과 달랐는지 로켓이 혀끝을 찼다. 존나 크네...육안으로는 비교가 힘들어 보였다...하지만 이내 묘안이 떠올랐는지 로켓이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발기한 크기로 재야 진짜지."

 

 

자웅을 가리기 위해 빠르게 오르내리는 손길과 맞댄 것이 착실히 크기를 키워가는 감촉. 화끈거리는 얼굴과 그보다 먼저 익어버린 것같은 머릿속에 이번엔 참지 못한 토르가 괴성을 지르며 로켓을 출입문을 향해 집어던졌다. 쾅! 커다란 소리가 응접실 안을 울리고 수상한 움직임을 눈치챘는지 문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토르가 허겁지겁 풀어진 앞섶을 추스리는 동안 철문에 부딪힌 충격에 웅크렸던 허리를 피며 로켓이 부들부들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내가 대장이야 등신아...

 

 

"무슨 소란이냐...저건 뭐야?"

"언제부터 너구리가 들어와 있었지?" 

 

 

레이저건을 든 경비병들이 들이닥친 타이밍에 맞춰 로켓은 어느새 짐승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낯선 너구리의 등장에 경비병들이 우왕자왕하는 틈을 타 네발로 바닥을 박찬 로켓이 출입문을 향해 뛰쳐나갔다. 날쌘 몸놀림으로 순식간에 경비병들의 다리 사이를 통과하는 작은 짐승을 누구도 잡지 못했다. 응접실을 탈출하기 전, 긴박한 순간 이쪽을 돌아본 로켓의 마지막 말을 그는 기억했다. 넌 귀여운데 멍청해.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을 뻗어 문 밖을 가리키며 토르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저 놈이 그자이오! 마스터의 스틱을 훔치려했던 남자! 절대 놓치지 마시오ㅡ!"  

         

 

 

 

 

 

***

 

 

 

 

 

 

이후로도 얼마 동안 경비병들과의 추격전이 이어졌지만 결말은 영 싱거웠다. 상대로 하여금 방심하게 만들고, 장애물이 많고 난전일수록 효과적인 작고 날쌘 몸을 활용해 로켓은 복종디스크의 제어기도 금방 손에 넣었다. 그길로 그랜드마스터의 스틱을 다시 훔치러 갈까 싶기도 했다...흥이 난 로켓이 탈취한 레이저건을 마구잡이로 쏘아댄 덕분에 경비병들이 나가떨어질 뿐 아니라 어느새 건물이 무너지고 사방에서 경보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한바탕 날뛰고 나니 겨우 찌뿌둥한 것이 풀리는 느낌이라 로켓이 해방감에 겨운 함성을 질러댔다. 이대로 지긋지긋한 사카아르를 등지면 될 터였다.

 

들뜬 기분도 잠시, 그러나 어딘가 영 개운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 뭔가 찝찝한 느낌이 로켓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문득 응접실을 빙자한 취향 나쁜 감옥에 남겨두고 온 금발의 전사가 떠올랐다. 우람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퍽 간절한 눈으로 도움을 청했었다. 지혜로운 토끼여 자네밖에 믿을 사람이 없네, 부디 멍청한 저를 도와주세요...(그런 적 없다!)

 

그리고 짧은 고민 끝에 로켓이 도달한 곳은 불과 몇시간 전에 탈출했던 응접실 앞이었다. 간단히 문이 열리고,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토르는 기세등등한 로켓의 모습을 발견하고 소태를 씹은 것처럼 표정을 구겼다. 구원자의 등장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로켓은 쿨하게 토르의 목덜미에 붙어있는 복종디스크의 해제 버튼을 눌렀다. 바닥에 나동그라져 제 앞에 떨어진 제어기를 보고 또다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토르를 향해 로켓이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아스가르드 말이야, 신들이 사는 동네니까 황금이 넘치겠지?"

 

"거기 가면 한탕 할 수 있으려나..."

 

 

그쯤 되자 토르도 로켓이 하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오딘의 아들을 구해주었으니 당연히 성대한 사례를 해줄 것이오.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말아 올라가면서 해사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무말이나 변죽 좋게 지껄였다는 것을 토르는 알았다. 그러니까 아스가르드에 황금이라면 발에 치일만큼 많았다. 비록 지금 성 안에 있는 것이 그의 누이 헬라이지만...;;

 

 

"좋아, 함께 가자고."  

 

 

 

아우야 아무래도 네 거짓말이 옮은 모양이다. 하지만 먼저 가자고 한 것이니 괜찮지 않을까? 황금을 끌어모을 생각에 신이 난 로켓이 토르의 어깨를 타고 올랐다. 제법 강하고 재빠른 토끼 친구이니 괜찮을 것이다. 아마도...콕콕 찌르는 자그만 죄책감을 안고 토르가 열린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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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헬라랑 한판 뜨게 생긴 로켓에게 애도를...

빠큐는 다른 행성 돌아다니다 배운 것으로...

 

 

                   

Posted by 모노님 :

 

 

* 로켓과 토르는 조은 관계...오글주의

* 인워 이후 타노스건이 해결 되고 로키, 가오갤 크루 모두 돌아옴 

* 로켓에게 상담 해주는 가오갤 크루(feat.5959)  

* 로켓토르 함 잡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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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토르를 화나게 했다.

 

 

 

"저건 화난 게 아니라 빡친 거지."

 

 

퀼이 말을 마치자 마자 밀라노의 창문 밖에 섬광이 비쳤다. 우르르쾅쾅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그의 심기를 대변해주는 듯 싶다. 아님 빡돈 건가? 천둥의 신을 화나게 하다니 길가다 벼락 안 맞게 조심해라. 오랜만에 건수를 찾은 듯 퀼이 불난 로켓 위에 기름을 부었다. 내 머리 위에 벼락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널 로스구이로 만들 거야. 로켓이 까드득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던 그때, 쾅하는 큰소리와 함께 정박해있던 밀라노 근처에 벼락이 떨어졌다. 우리집 너구리가 언젠가 사고칠 줄 알았지. 너 때문에 진짜 빡쳤나봐...

 

사건의 시초는 이러했다. 떠났던 모두가 돌아오고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토르는 그를 따르는 이들과 함께 지구의 노르웨이에 아스가르드를 재건하였다. 일국의 왕으로서 해결해야 할 일이 별처럼 많을 테니 한동안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그사이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는 4개의 성단을 건넜고 11건의 의뢰를 해결했다. 지갑을 두둑히 채우고 그들이 오랜만에 지구에 들렀을 때 토르가 로켓을 초대한 것이다. 새로운 아스가르드를 자네에게 보여주고 싶네. 그리고 로켓은 (한 두번이 아니지만) 그만 일생일대의 말실수를 하고 만다. 내가 거길 왜 가?

 

 

"그냥 가면 되지. 왜 튕기고 난리야?"

"무슨 친구집 놀러가는 줄 아냐? 그 해적천사네 집은 궁이야!"

 

 

그것도 그냥 궁이 아니라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 궁일텐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최고급 융단이라도 깔려있는 거 아닐까. 토르는 위엄 넘치는 왕좌에 앉아 로켓을 반길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로키, 아스가르드의 왕제이자 장난의 신도 있겠지. 이제껏 들은 단편적인 정보로 추측하건대 토르의 동생은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로켓을 보자마자 예방접종은 한 거냐 비아냥 거릴 확률이 80%, 미물인 개미를 밟듯 로켓의 꼬리를 밟고 지나갈 확률이 90%이다.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래 이해 가. 나라도 왕이 라쿤을 손님이라십시고 데려오면 어처구니가 없겠다. 젠장할...그러니까 로켓이 정말로 하려 했던 말은 '내가 거길 어떻게 가' 였다.

 

 

"네가 내 딸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했다면 난 너를 찢어 죽였을 거야."

"드랙스, 토르는 네 딸이 아니야."

"데이트를 해도 찢어 죽일 거야." 

"로켓은 그에게 사과하고 싶어해요!"

"내가 언제!" 

 

       

드랙스와 퀼의 틈새로 언제 맨티스의 손이 뻗어 온 건지 뒷머리 털을 움켜잡는 손아귀에 로켓이 펄쩍 뛰었다. 손가락을 물릴 뻔한 맨티스가 활짝 웃는 얼굴로 호들갑을 떨자 퀼과 드랙스가 배를 잡고 뒤로 넘어갔다. 바싹 구운 햄패티로 만들어 주겠어. 그르렁거리며 중화기로 손에 뻗는 모습에 가까스로 웃음을 멈춘 퀼이 하지만 점점 허물어지는 입가를 숨기지 못한 채 로켓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뭘 그렇게 자신 없어 하는 거야. 너는 우주 제일의 너구리...우주 제일의 수호자잖아." 

"난 언제나 우주 제일이었어." 

"그래. 그러니까 쫄지 말고 사과하고 와." 

"누가 쫄았다고!" 

"...로켓, 네가 네 마음의 반만 솔직하게 말해도 토르는 기뻐할 거라 생각해."

"미쳤냐?!"

 

 

보다 못한 가모라가 팔짱을 풀고 한 수 거들어 오는 바람에 로켓은 약간 울고 싶어졌다. 아이 엠 그루트ㅡ 그루트마저 그의 편이 되주지 않는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내가 죽일놈이다! 난동을 부리기엔 자신이 너무 진상처럼 느껴져서 로켓은 그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한풀 꺾인 기세에 둘러싼 크루들의 눈이 빛난다.

 

 

"그냥 사과하러 가기 뭐하면 선물을 들고 가."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요!"

"선물하면 역시..."

"꽃이지."

 

 

왜 내가 뭐 잘못 말했어? 어깨를 으쓱거리는 드랙스에 퀼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네가 맞는 소리도 하는구 싶어서...그런데 토르가 좋아하는 꽃이 뭐지? 토르가 잘 때 몰래 알아보고 올까요? 아내는 붉은색 꽃을 좋아했어...점차 아스가르드의 왕의 침실 잠입 계획으로 번지는 이야기에 로켓은 이마를 짚었고 가모라를 조용히 그를 위로했다. 

 

 

 

 

 

***    

 

 

 

 

 

설마하니 정말 문전박대를 당할 줄이야. 

 

 

왕께서 오늘은 돌아가라 하십니다. 왜왜왜? 빈틈 없이 닫히는 거대한 문에 로켓은 문 너머 융단의 구경도 하지 못했다. 밤이 되어 천둥번개도 멎고, 구름이 개이는 모양을 보아하니 그의 화도 가라앉았나 싶었는데 예상보다 천둥의 신의 기분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듯 싶다. 사과를 한 경우가 손에 꼽히는 만큼 로켓은 작금의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그가 아는 토르는 호탕한 외모 만큼이나 쿨한 남자였지만 왕의 초대를 단칼에 거절했으니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벼락을 조심해. 퀼의 얄미운 경고가 귓가를 스쳤다. 신의 노여움을 사버렸으니 벼락을 맞는 것밖엔 방법이 없으려나. 강도는 살짝만 낮춰줬으면. 신의 자비를 바라며 로켓은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이게 누구야. 스윗래빗 아니야. 

"닥쳐 퀼."

-너희의 해적천사는 잘 지낸대?  

"안 열어줘." 

-뭐? 

"문을 안 열어준다고! 네말대로 내가 진짜 빡치게 했나보지."

 

 

그냥 나를 햄패티로 만들고 문을 열어줘. 토르가 듣고 있다면 로켓은 차라리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사과하는 일이 SSS급 미션만큼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얼굴도 보지 못하는 것은 그보다 힘들었다. 웬 한숨이야. 로켓이 내쉬는 한숨소리가 무전기 너머까지 전해진 모양이었다. 그만 돌아갈까봐.   

 

 

-문을 안 열어주면 나무를 타고 올라가. 너 발 없어? 넌 우주 제일의 너구리잖아?

 

 

지구의 오래된 희곡에 이런 게 있어. 첫눈에 반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머저리가 몰래 담장을 넘어가. 그리고 달빛 아래 속삭이는 거지. 창문을 열어주오ㅡ 그러면 마찬가지로 띨띨한 여자가 문을 열어줘. 오...로미오 그대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 로미오가 뭔데? 그리고 나는 너구리가 아니라 라쿤이야 쨔샤!

 

시끄러운 무전기의 전원을 꺼버리고 로켓은 성과 가장 가까운 나무를 타고 올랐다. 네발로 나무를 오르는 일은 그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쉬운 것이었다. 으리으리한 황금 성도 밤의 어둠 속에 침묵했다. 아무도 로켓의 재빠른 움직임을 막지 못한다. 순식간에 성의 위까지 도달하고 운 좋게도 창문 너머에 토르로 추정되는 실루엣이 비친다. 마땅한 것이 보이지 않아 로켓은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창문으로 던졌다. 더이상의 조언은 필요없다. 쿵하고 부딪히는 소리에 창문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곧 나무 위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하고 두눈이 휘둥그레진다. 지금 말해야했다. 은밀한 달빛 아래에서...창문을 열어주오ㅡ  

 

 

"...창문 좀 열어줘."   

 

 

 

 

 

***    

 

 

 

 

 

반갑게 창문을 열어준 것치곤 뒤늦게 방금 전 문전박대 한 상대란 것을 떠올렸는지 토르는 답지 않게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를 어떻게 쫒아낼지 말을 고르고 있는 것일까. 그럴 것 없이 바로 신하들을 부르면 해결될 일이지만 토르는 한동안 말 없이 자신의 방을 서성거렸다. 미묘한 긴장감 속에서 토르의 움직임을 훔쳐보며 로켓은 마른침을 삼켰다.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천둥의 신도 마찬가지일까. 나무를 타고 올랐던 기세가 남아있을 때 전해야 했다. 마침내 결심을 마친 로켓이 사과의 말을 꺼내려는 찰나였다. 그보단 토르가 빨랐다.   

 

 

"미안하오, 토끼."

"뭐?"

"내가 자네를 부담스럽게 만들었네."

"망할! 그걸 왜 네가 말해?!" 

 

 

온몸의 털을 삐쭉 새운 채 버럭 소리를 지른 로켓의 모습에 토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도무지 천둥번개를 흩뿌린 장본인의 얼굴로는 보이지 않는다. 망했다. 그것도 존나. 기껏 창문을 열어주었는데 먼저 사과할 기회도 놓치고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질 않나. 실내에 벼락이 떨어져도 마땅했다.  

 

 

"내가 또 분위기를 망친 거지."

"아까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네."

"아무리 봐도 사과해야 하는 쪽은 나잖아. 용서를 구하러 온 건 나야

...받아줄진 모르겠지만." 

"안심하게. 천둥의 신은 자비로운 편이니까." 

"왜 나한테 사과한 거야."

"아직 자네가 초대를 거절한 이유는 잘 모르겠네...하지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부담스럽다니?"

"그야 쉽사리 장래를 약속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자리가 갑작스러울 수 있지. 이해한다오. "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로켓이 보이지 않는지 토르의 벼락은 멈추지 않았다. 일부러 식사나 그러한 것도 다 약소하게 준비했는데...부담을 줄 생각은 정말 없었네. 이 땅에 정착한 나와 달리 토끼 자네는 우주를 누비는 여행을 계속해야 하니까. 그냥 내가 나고 자란 곳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야. 본래의 아름다움에는 비할 바 못되지만...하지만 적어도 로키에게는 소개하고 싶었네. 그런데 갑자기 가족을 만난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걸 좀전에 깨달았지 뭔가. 만약 나중에라도 내 초대에 응해준다면 자네가 올땐 로키를 밖으로 내보내겠네. 심부름이나 뭐 그런걸 시키면 되겠지. 안된다면 로키를 잠시 방에 가둬...그만 그만! 천둥의 신이 위험한 생각을 하기 전에, 자신의 머리가 터져버리기 전에 로켓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작은 박스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게 뭔가?"

"사죄의 선물이야." 

 

 

주먹 크기만한 박스를 건네받은 토르가 스위치로 보이는 것을 누르자 작은 홀로그램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황금색 꽃이였다. 밀라노가 4개의 성단을 건너는 동안 어느 별에서 우연히 보게 된, 우주에서도 희귀한 황금빛으로 피어난 꽃이다. 그 광채가 토르가 말해주었던 아스가르드와 닮아 보였다. 그의 옛 고향에 피었던 꽃은 이와 닮지 않았을까. 확신할 순 없으나 토르의 반응을 보아하니 반절 정도는 합격점을 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 

 

아름다워. 화려한 모습과 달리 은은한 향기가 그의 주위로 퍼져나간다. 토르는 커다란 손으로 박스를 소중히 감싸쥐었다.  홀로그램을 구현해내기 위해 부품을 사느라 로켓의 지갑 절반이 거덜났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은 분위기가 좋았다.

 

 

"꼭 구혼의 선물 같군. 이 꽃이 시드는 그 날까지 사랑하겠다던가, 하는..."  

"그런 로맨틱한 소리 좀 안 할 수 없어?"

"그럼?"

 

 

말이 필요하겠는가. 우주 제일의 천재라쿤이 만든 꽃이 시들리가.  

 

  

     

     

 

   

 

 

       

     

 

 

Posted by 모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