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에 정착하기 시작한 토르와 로켓의 소소한 뉴욕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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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Y More Than Ever
"뉴욕 지하철에선 컨테이너에 들어가지 않는 동물의 탑승은 제한하고 있습니다."
"래빗은 물지 않소."
푸근한 인상의 중년 여성에게 토르는 찡긋 윙크를 보냈다. 미드가르드인들은 그를 좋아했다. 대개가 그러하듯 그녀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뉴욕 교통국의 노련한 역무원을 설득하기엔 부족한 모양이었다. 오, 토르 당신의 윙크는 환상적이지만 그래도 안 돼요. 이게 뉴욕의 규칙이에요. 짐짓 단호한 태도에 토르는 난처한 표정으로 옆에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밖에서도 목줄이나 하네스를 착용해야 할 거예요. 그러자 잘생긴 미간을 찌푸리며 질색을 한다. 입마개 얘기까지 꺼냈으면 화를 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이건 어때요? 친절한 역무원이 새내기 뉴요커에게 들고 있던 헝겊가방을 건넸다. 이틀 전 공원에서 열린 플리마켓에서 덤으로 받은 것이었다.
"기분이 어떤가?"
"...멀미날 것 같아."
방금 전 역을 지나치면서 붐비던 지하철 안에 드디어 자리가 생겼다. 평소의 그라면 목적지까지 서서 갔겠지만 오늘은 의자에 앉아 헝겊가방이 흔들리지 않도록 청바지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피터 래빗이 그려진(토르와 로켓 둘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가방 안에는 로켓이 들어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하는 sns에선 펫과 이렇게 지하철을 타는 게 유행이래요. 역무원의 너스레에 로켓은 똥이라도 씹은 표정이었지만 그들의 첫 뉴욕 외출을 초장부터 망칠 수는 없었다. 본래는 업스테이트라는 곳에 있는 어벤져스 본부에 용건이 있었다. 하지만 볼일을 해결하고 나자 시간이 남았고 그때 토르가 권해온 것이다. 날씨도 좋은데, 함께 거리를 구경하러 가지 않겠나? 푹푹 한숨을 내쉬면서도 스스로 한발 한발 헝겊가방에 몸에 집어넣는 로켓에 토르는 껄껄 호탕하게 웃었다.
이봐. 지금 손으로 받치고 있는 거기, 내 엉덩이야. 그의 무릎 위에 웅크리고 있는 자세가 영 탐탁치 않았지만 토르는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차라리 굼벵이를 타고 말지, 좁기는 존나 좁아 터졌구만. 토르는 다운타운까지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었음에도 로켓과 지하철을 타고 싶어했다. 미드가르드인들은 다들 이걸 타고 이동한다고 하네. 나도 전에 한 번 타 본적이 있는데...비슷한 창 밖 풍경에는 금방 질려버렸지만 아스가디언이 느닷없이 지구에 막 떨어졌을 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지루하지 않았다.
동료의 영향인지 로켓은 음악을 좋아했다. 밀라노에 있는 로켓의 작업실에선 늘 지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토르는 스티브 로저스에게 미드가르드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소를 물었고 맨해튼의 레코드샵을 추천받은 것이다. 낡은 건물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토르는 이곳이 스타크가 말하던 '구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노친네가 말하는 클래식은 중세시대같은 거잖아. 뉴욕 최고의 플레이보이를 내버려두고 캡시클에게 데이트 스팟을 묻다니ㅡ라며 후에 스타크가 혀를 차며 말했다) 하지만 로켓은 LP판과 카세트 테이프가 일색인 레코드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최근 퀼이 보여줬던 영화와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엿 먹는 순간에는 꼭 같은 노래가 나왔다며 걸걸한 목소리로 통통 튀는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fuck you very very much. 토르도 금새 입에 익은 가요를 따라 불렀다.
해먹처럼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헝겊가방에도 익숙해졌는지 토르의 어깨에 매달려 가는 동안 로켓은 별다른 불평이 없었다. 스타벅스에서 그가 커피를 주문하는 동안(로마노프가 주문하는 방법을 미리 알려주었다) 가방 밖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로켓을 보고 점원이 손을 뻗었다가 물릴 뻔 했을 때를 빼곤 평화로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점원이 커피와 함께 강아지용 퍼푸치노를 내밀었을때, 한 입 맛본 로켓이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점원의 얼굴을 향해 휘핑크림을 집어 던졌을 때는 토르도 진땀을 빼야 했다. 그는 단 것을 싫어한다오. 콜드브루 커피 한 잔이 나왔을 때 겨우 로켓의 분노가 풀렸다.
시끄러운 인파가 질릴 무렵에는 강변에 있는 리버 사이드 파크로 향했다. 휴대폰이 없으니 네비게이션이나 검색따위 할 수 있을리 없었지만 이럴 때는 로켓의 예민한 후각이 도움이 되었다. 물냄새를 따라가자 곧 커다란 강이 나왔다. 강바람에 제법 기른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그들은 해질 무렵 지나가는 요트를 구경했다. 토르는 앞으로 이 풍경에 점점 익숙해질 터였다. 로켓도 헝겊가방에서 나와 그와 마찬가지로 벤치에 털썩 걸터앉았다. 뉴욕 구경 한 번 하기 더럽게 번거롭네. 내 가이드가 서툴렀나? 뭐...이동수단 만큼은 나쁘지 않았어. 이제는 이 곳이 나의 터전이 될 거라네.
"내가 이 곳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발 붙이고 살면 다 똑같지."
"다음 지구를 떠나는 때는 언제지?"
"보름 후."
"이번에도 긴 여행이 되겠군."
"그러니까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으라고. 다음에 왔을 때는 아주 눌러앉고 싶어질 만큼."
우주에서 온 낯선 신이 이 별을 사랑하는 만큼 그를 사랑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가 이 별을 더욱 사랑할 수 있기를 로켓은 바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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