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로켓토르] The Dirty Apron

2018. 7. 3. 03:39 from MCU

 

 

 

 

* A특공대 섹텐 터지는 브쿱보고 욕망 발싸하는 글  

* 로켓토르AU 배관공 브쿱 로켓X유부녀(?) 인간 토르

* 수위표현 있음. 빻은 소재, 표현 나옵니다... 

 

 

 

 

 

 

 

 

 

 

 

 

The Dirty Apron

 

 

 

 

 

 

 

 

 

 

 

선명한 에메랄드 블루의 눈동자와 날렵한 턱을 가진 남자는 동료들 사이에서 

<로켓>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했다. 물론 별명이다.

 

그러한 별명이 붙게 된 까닭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가 로켓처럼 불같은 그의 성격이었고 두 번째는 그의 아랫도리 사정이었다. 시내의 싸구려 펍에선 마치 핵탄두를 달고 쏘아 올리는 로켓의 그것처럼 강한 가속력과 추진력을 자랑하는 그의 거시기에 대한 평판이 자자했다. 일부는 그와 찐한 정사를 나눈 이들의 자랑이었고, 일부는 그를 시기하는 남자들의 뒷담화, 나머지는 그와 한 번이라도 자 보고 싶은 이들이 퍼트린 소문이였다.   

 

성격이야 어쨌든 그는 상대로 하여금 쉽게 불씨를 당기게 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한 마디로 섹시했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섹스어필과 별개로 로켓의 취향은 까다로웠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하이틴 스타처럼 어리고 말라빠진 애들은 좀 별로였다. 귀를 찌르는 고주파의 신음 소리도 싫었다. 그는 소아성애를 경멸했다. 차라리 살집이나 주름살이 있는 편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약간 신경질적이거나 피곤이 묻어나는 눈가, 긴 전희를 귀찮아하는 성숙한 타입에게 그는 끌렸다. 풋내 나는 처녀보단 익을 만큼 익어서 원숙한 매력이 좋았다. 저 새끼는 유부녀랑만 붙어먹는 쓰레기야. 또 다른 별명이 그랬다.

 

 

"부엌은 어느 쪽인가요, 오딘슨 부인?"

 

누가 봐도 장정의 사내에게 로켓은 일부러 부인이란 표현을 썼다.

부인이 아니라오.

실례했습니다. 앞치마를 두른 블론디라 그만 착각했네요.

 

로켓의 직업은 배관공이었다. 그는 나름 착실히 일했다. 특히 오래 된 수도관을 교체하거나 막힌 관을 뚫는 일을 잘했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부인의 아래도 뚫는 거고. 전화를 받고 방문한 오딘슨 씨 댁의 현관문 앞에 섰을 때만 해도 작업용 점프슈트를 입은 로켓은 노동자로서 의무를 다 할 계획이었다. 결백하건데 그의 주머니 안에는 콘돔도 없었다. 하지만 문이 열리고 집주인인 토르 오딘슨 씨와 마주한 순간 그의 계획에 약간의 변동이 생겼다.

 

어깨까지 내려온 금발을 가지런히 모아 묶었으나 올이 가는 머리카락이 빠져나와 이마 위로 흘러내렸다. 혹시 영화배우인가? 척 봐도 핸섬한 사내였다. 오느라 수고 많았소. 로켓을 보고 씩 웃는 얼굴은 또 예쁘장하니 달라 보였다. 이제껏 그를 맞이한 앞치마들은 흰색이나 분홍색의, 나풀거리는 프릴이 달린 그런 것들이었는데 뭔가 작업 중이었는지 심플한 스트라이프 패턴의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아니, 아니 중요한 건 앞치마 너머에 있는 것이다. 저 빵빵한 가슴. 앞으로 떨어진 앞치마 줄이 보정속옷처럼 가슴을 조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혹시 멜론이라도 감춰두고 있는 거 아니야? 로켓은 앞치마를 들춰내 그 안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 채 문턱을 밟았다.

 

토르를 뒤따라 부엌으로 향하면서 로켓은 슬쩍 집안을 둘러보았다. 고풍스런 집이었다. 생소한 어투도 그러하고 외국인인가 싶었다. 가족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는 보이지 않았지만 로켓은 집안 어딘가에 있을 토르의 남편을 떠올렸다. 6.3피트의 유부녀를 내버려두고 야구 중계 재방송을 틀어놓은 채 오딘슨 씨가 곯아떨어진 사이, 얼간아 네 부인은 내가 따먹을 거야. 로켓은 섹스 전 분위기를 타는 변태였다. 

 

장신의 성인 남성 둘이 들어서니 부엌의 빈 공간이 금세 줄어들었다. 싱크대와 뒤에 있는 사이드테이블 간의 거리가 가까워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려면 어깨를 부딪치는 것이 필수일 것 같았다. 싱크대 위에는 껍질을 벗기다만 감자와 당근 따위가 보인다. 스튜? 커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달짝지근한 소스가 은근한 불에 데워지고 있었다. 오래된 집이라 수도관이 낡았는지 물 나오는 게 여간 시원찮소. 찔끔찔끔하는 것이 답답해서 당신을 불렀지. 낮은 목소리가 코앞에서 울렸다. 오 그런 건 내가 전문이죠.

 

로켓은 입고 있던 점프슈트의 상의를 벗어 허리에 묶었다. 그리곤 공구상자를 꺼내 찬찬히 수도관을 들여다보았다. 배관 나사가 느슨해졌지만 계속 나사를 풀었다. 사실은 지금 당장 토르를 몰아붙이고 싶었다. 그 커다란 젖을 흔들면서 뭐하고 있었어. 밑구멍에 당근이라도 쑤셔 박으면서 혼자 재미보고 있었던 건 아니야? 말해, 박았지? 정말 여기에 아무 것도 박은 것이 없어? 내숭 떨지마. 사실은 이런 걸 좋아하잖아ㅡ 그런 천박한 대사를 하고 싶었다. 음 하지만 그건 강간이잖아. 난 강간은 안 해. 화간이면 몰라도.

 

"혹시 꼬챙이같은 게 있을까요. 막힌 걸 뚫어내야 될것 같아요." 

"선반에 그런 게 있던 것 같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토르가 허리를 일으켜 위에 달린 선반의 문을 열었다. 여기가 아닌가. 로켓은 더이상 주저할 것 없이 토르의 뒤에 바짝 붙어 앞치마 안으로 두 손을 집어넣었다. 빵빵한 가슴이 두 손 가득 잡혔다. 꼬챙이는 거기에 없소만. 앞에는 싱크대, 뒤에는 로켓이 버티고 서 있어 토르는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네 밑을 뚫을 꼬챙이는 여기에 있지. 어느새 단단한 발기한 페니스가 토르의 엉덩이를 쿡쿡 찔러댔다. 버디 우리는 좋은 사이가 될 것 같지 않아? 흥분에 긁어진 목소리를 귀에 불어 넣었다.

 

그대로 토르의 바지를 내릴 생각이었다. 여태 별다른 저항이 없었던 토르가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자신을 가둔 로켓의 팔을 뿌리치더니 뒤돌아 그의 뺨을 후려쳤다. 짝! 우렁찬 마찰음이 부엌을 울렸다. 다행히 휘청거리진 않았지만 얻어맞은 뺨이 얼얼하니 이가 흔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울컥하며 마주친 눈동자 속엔 진한 열이 끓는다. 씨발 화끈하네. 욕설과 함께 토르의 뒷머리를 움켜쥔 로켓이 물어뜯듯 입을 맞추었다. 벌어진 빈틈 사이로 혀를 밀어 넣더니 토르의 혀를 뽑아버릴 기세로 끌어당기고 마구 깨물었다. 삼키지 못한 타액이 흘러내리고 뒷걸음치던 토르의 구두 뒷굽이 싱크대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것이 신호인 것처럼 거친 키스가 점차 농밀해지고 토르의 어깨가 천천히 뒤로 넘어갔다. 손가락 사이로 얽힌 금발을 놓지 않은 채 로켓이 남은 팔을 토르의 허리에 둘렀다. 이제는 그들이 함께 앞치마를 더럽힐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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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의 토르 입덕 부정기:D

* 로켓과 토르만 그루트어를 알아 듣는다는 설정

* 2편에서 완결입니다.

 

 

 

 

 

 

 

 

 

폭발의 반동으로 튕겨나간 몸이 럭비공처럼 공중에 던져졌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로켓의 의식은 남아있었다. 이거 다리 한쪽이 날아가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진짜 큰일은 바닥에 떨어진 다음이었다. 무너진 콘크리트 아래 숨어있던 지뢰로부터 퍼져나간 충격파가 등 뒤에서 폭발의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뜨거운 화마가 순식간에 번져나갔고, 이제 그의 몸은 불구덩이를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터져 나온 굉음에 일시적으로 고막이 나갔는지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젠장. 죽음의 두려움보다도 그냥 쪽이 팔렸다. 지면을 얼마 남기지 않고 의식이 희미해지던 그때였다.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누군가 억센 힘으로 그를 붙잡았다. 토르였다. 그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번쩍하던 것이 천둥이라는 걸 알았다. 화염보다 강한 빛 속에서 토르가 무어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먹은 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로켓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버디 너는 신이었지. 마지막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랑이 아닐 리가

 

 

 

 

 

 

 

 

"오늘 뉴욕 날씨는 맑음이었는데 말이지."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일기예보에서 일광욕을 권할 정도였는데 오늘 휴가 낸 사람들은 전부 환불 신청해야겠네. 경쾌한 빈정거림에 토르가 토니 스타크를 노려보았다. 왜 너도 자장가 필요해? 토니가 이 이상 천둥의 신의 심기를 거스르기 전에 브루스 배너가 그를 데리고 치료실 밖으로 나갔다. 그냥 농담 좀 한 거야. 쟤네 하는 꼴이 귀여워서. 지금 엄청 오버하고 있잖아.

 

불과 반시간 전만 해도 절체절명의 순간이 있었긴 했지만굳이 말하자면 토르 오딘슨은 약간 오버하고 있는 게 맞았다. 커다란 폭발이었으나 쏜살같이 날아간 토르가 로켓을 구했고 그의 전지전능한 벼락으로 화염마저 잠재웠다. 이어서 스타크 구조대가 로켓을 신속히 의료실로 옮겼고 바이탈 싸인과 전신 MRI, 나아가서 부서진 건물의 파편으로 인한 파상풍 감염 여부까지 체크한 결과 전부 정상이었다. 털끝이 불에 살짝 그을린 것을 빼면 로켓은 잠시 기절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굳은 미간에 준 힘을 풀 생각이 없어 보이는 토르에 퀼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래빗의 흉터는 언제 생긴 건가."

 

의료실에 도착하고 검사를 위해 로켓이 진찰대에 올랐을 때, 옷 아래 감춰져 있던 등 쪽의 커다란 흉터를 보고 토르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체내 밖으로 튀어나온 금속부품과 얼기설기 대충 아문 흉터 자국을 처음 보았을 때 퀼 역시 경악했기에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창 밖에서 울리는 불길한 소리에 재빨리 토르의 팔을 붙잡았다. 부르르 떨리는 주먹에서 서슬퍼런 스파크가 튀어오르고 있었다. 진정해, 이건 지금 생긴 상처가 아니야. 하지만 이후로도 뉴욕의 날씨는 계속 낙뢰주의였다.

 

"깨어나면 물어봐. 네가 물으면 전부 말해 줄 거야."

 

일어나게 래빗, 그대는 용맹한 전사잖아. 낮은 목소리가 퍽 간절했다. 로켓이 깨어나서 머리맡을 지키는 토르를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다. 데이빗 핫셀호프도 이런 팬 서비스는 안했다고. 그리고 퀼의 바람대로 곧 로켓이 눈을 떴다. 래빗! 뭐, 뭐야? 불쑥 다가오는 커다란 그림자에 로켓이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반응 보니까 멀쩡한 것 같네. 토르를 피해 눈알을 굴리던 로켓이 상황을 파악했는지 팔짱을 끼고 있는 퀼에게 이죽였다.   

 

"이딴 걸로 멀쩡하지 않을 거면 진작 죽었어."

"무슨 그런 심한 말을!"

 

난 데 없는 토르의 호통에 로켓과 퀼 둘 다 깜짝 놀랐다. 여태 걱정하던 모습과 달리 로켓이 깨어난 뒤로 토르는 화가 난 모양새였다. 사정을 알 리 없는 로켓은 얘 왜 이러냐는 눈치로 퀼을 쳐다봤다. 몰라 너네가 알아서 해. 시선을 피하지 못하도록 좀 더 바짝 거리를 좁혀 다가온 토르에 로켓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색이 옅은 파란색 눈이, 반대편에 제가 주었던 그 눈이 바로 코앞이었다.

 

"스타크 말대로 자네를 말렸어야 했네."

"별 거 아니라니까."  

"하마터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어."

"잠깐 방심한 것 뿐이야."

"너무 무모했네. 앞으로는…."

"무모? 지금 무모라 했냐? 온몸이 바짝 탈 때까지 니다벨리르의 고리를 열었던 장본인이? 

난 그때 네가 죽는줄 알았어!"

"그때는 그것 밖에 가능한 방법이 없지 않았나!"

"잘난 데미갓에겐 가능한 일이 나한테는 무모했나 보지."   

 

토르에 기세에 눌려있던 로켓이 제 버릇 못 버리고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넌 진짜 왜 그러냐. 대신 이마를 짚은 것은 앞서 빠져나갈 타이밍을 놓친 퀼이다. 아직 상태가 좋지 않은 모양이야 친구. 마찬가지로 부득 이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화를 눌러 참은 토르가 뒤돌아 성큼 성큼 의료실을 빠져나갔다. 미련 없이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퀼이 넌지시 말했다. 지금이라도 따라가지 그래. 로켓이 대답 대신 벌러덩 드러누웠다.

 

 

"분위기 초치는 건 드랙스 다음으로 네가 최고인 것 같다." 

"분위기는 무슨 얼어죽을." 

"그냥 좋아한다고 하지 그래."

"누가 누굴 좋아한다고!"

"잘 보이고 싶으니까 지뢰찾기하면서 오버하고, 죽을 고비 넘겨놓고 쎈 척하는 거잖아. 이쯤 됐으면 인정해라. 너 걔한테 완전 뿅 가있잖아?"

 

뿅 가있다니 그 정돈…. 그러나 방금 전 퀼에 의해 제대로 정곡을 찔렸음을 부인할 순 없었다. 로켓은 멍청하지 않았고 의외로 그렇게 뻔뻔하지도 못했으니까. 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알았다. 필요도 없는 배터리를 괜히 훔쳤을 때처럼 그는 여전히 비슷한 짓거리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때 자신은 어떤 조언을 들었던 가.

 

거기까지 떠올리자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로켓이 애써 무시해왔던 그것을. 모르는 척, 없는 척 했던 사실을. 유전자 변형 실험으로 향상 된 고지능의 뇌가 팽팽 돌아가고 서서히 한 가지 전제를 도출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사랑 받은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이번엔 사랑하는 게 두려워서? 

 

"툭 까놓고 솔직하게 얘기하라니까." 

"그래 좋아한다 좋아해! 존나 좋아한다!"          

  

그건 보석도 빌딩도 아니고 도움될 게 하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버린 이상 진실이었다. 미친 과학자들이 제 머리를 다시 한 번 조립해주었으면, 차라리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그 정도로 괴로웠다. 그 빌어먹을 번식기, 상사병.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정말 괴로운 것은 아마도 지금부터였다. 로켓은 토르를 사랑하는 게 맞았다.

 

 

 

 

***

 

 

 

 

다시 사춘기 청소년 그루트의 이야기이다. 그루트의 보호자는 원체 쑥스러움이 많고 솔직하지 못했다. 좋은 건 싫다고 말하고, 싫은 건 더 싫다고 말하는 꼬일 대로 꼬인 성격 탓에 낭패를 본 적도 많았지만 그게 그의 천성이었다. 때문에 로켓이 토르를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해서 무언가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로맨티스트가 아닌 로켓은 어떠한 제스츄어도 취하지 않았고 모든 게 전과 같았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그 이후로 토르가 찾아오는 일은 없었고, 어느덧 모레가 오랜 휴식을 마친 밀라노가 지구를 떠나는 날로 정해졌다.

 

그동안 로켓은 신나게 땅을 팠다. 인생에서 가장 한심한 시기가 지금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만큼 구질구질했다. 그건 그냥 니다벨리르의 환영 같은 거였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아무렇지도 않아질걸. 애초에 말이 되냐, 걔는 신이고 나는 가끔 네 발로도 걸어. 뭣 모르고 부정하던 때 보다도 자각한 후에 변명거리를 찾는 걸음이 더욱 무거웠다. 오늘만 해도 로켓은 배너가 준 해열제를 두 개나 씹어 먹었다. 질풍노도의 그루트는 슬슬 이것이 성가시기 시작했다. I am Grootㅡ

 

너는 내 아빠면서 네가 토르를 사랑하는 건 왜 말이 안돼? 그루트가 던진 카운터 펀치에 모니터를 손보던 로켓은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슨 헛소리야? 가서 잠이나 자! 아직 초저녁이건만 빡빡한 노인네같은 잔소리를 했다. I am Groot! f가 들어가는 그것을 외치며 그루트가 주먹 쥔 손으로 무릎을 쾅치고 로켓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너 진짜 말버릇 고쳐라! 소리쳤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미치겠네. 이미 날아가버린 집중력에 애꿎은 스위치를 켰다 껐다 반복하며 로켓은 침울에 빠졌다.

 

그리고 다음 날, 로켓은 다른 크루들 보다 하루 먼저 포드를 타고 지구를 떠났다.

 

 

 

"그 건방진 너구리는 어디 가고 너희 뿐이야?"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가 지구를 떠나는 날. 승선하는 크루들을 배웅하던 중 토니 스타크가 자연스럽게 운을 띄웠다. 로켓은 휴가를 받고 먼저 출발했어. 머리를 좀 식히고 싶다나. 너네 휴가 시스템도 있어? 복지가 좋군ㅡ 너스레를 떨면서 토니와 퀼은 슬쩍 토르의 표정을 살폈다. 

 

토르는 조금 놀란 듯 보였다. 작은 다툼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를 배웅하기 위해 왔는데, 이렇게 얼굴도 보지 못하고 송별식을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뜻밖의 빈자리에 곧은 눈썹이 허물어지면서 눈에 띄게 서운해하는 티가 났다. 너의 빅팬이 너를 배신하고 가버렸네. 토니는 과장에 과장을 더해 토르를 놀리고 싶은 것을 참느라 입이 간지러워 죽을 것 같았다. 

 

뭐 나중에 연락할 기회가 있지 않겠나. 평소의 토르답게 털털하려 했지만 억지로 끌어올린 입매가 오래가지 못했다. 둘 다 눈치가 없는 부류에 속했고 이런 분야에선 유독 숙맥 같았지만 그래도 이쪽은 등을 밀어주면 전진 할 추진력이 있어 보인다. 우주로 도망 가버린 어느 겁쟁이 보다야 훨씬 나았다. 그루트는 지금쯤 포드 안에서 지지리 궁상을 떨고 있을 보호자를 떠올렸다. 그의 트래쉬함에 넌더리가 난 혹자는 저렇게 살다 죽으라 했지만 그러기엔 로켓이 불쌍했다. 그는 생각보다 꽤 봐줄 만한 남자였다. 적어도 그루트에겐 그랬다. 

 

걸음을 멈춘 그루트가 뒤돌아 손을 흔들었다. 그동안 제법 정이 들었던 터라 지구의 멤버들도 떠나는 길을 정겹게 배웅해주었다. 좌우로 신나게 손을 흔들던 도중 한쪽에 서 있던 토르와 눈이 마주쳤다.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하는 그에게 그루트가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토르만이 그 인사를 이해했을 것이다.  

 

"I am Groot."

 

 

로켓이 널 보고싶어 해.

 

 

 

 

***

 

 

 

 

쫒기듯 포드를 타고 나온 것까진 좋았으나 로켓에게는 목적지가 없었다. 좌표에 어떤 것도 입력하지 못한 채 우주를 유영하는 포드 안에서 로켓은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대로 우주를 떠다니는 무기물이 되고 싶었다. 아니면 양자 소행성 지대에 휩쓸려 어느 척박한 별에 불시착하는 것도 좋았다. 그렇담 딴 생각일랑 할 겨를이 없겠지. 하필이면, 몇 번이고 탔었던 작은 포드가 이제는 토르를 너무 많이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무심결에 그의 손이 좌표를 향했다. 니다벨리르. 복잡한 머릿속에 유일한 별의 이름이었다.

 

중성자별에 도착하고 나서야 로켓은 조종석에 쾅쾅 머리를 박았다. 등신. 머저리. 지구를 뛰쳐나온 이유가 뭔데! 이래선 그의 자취를 좇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혼자 추억 여행이라도 하나 보지? 터덜터덜 포드 밖을 걸어 나온 로켓을 드워프 에이트리가 맞아주었다. 오랜만이네! 토르는 어디 가고 혼자 왔나? 걔가 나랑 같이 올 이유가 또 뭐가 있겠어전과 달리 축 늘어진 기운에 에이트리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편하게 구경하게. .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에너지로 출렁이는 중성자별과 그것을 둘러싼 지성과 과학, 신화의 산물은 다시 봐도 아름다웠다. 우주에서 가장 강력하고 끔찍한 무기를 만들어 낸다는 니다벨리르는 로켓에겐 전설이었고, 그를 그곳에 데려가 준 것은 토르였다. 그리고 눈앞에서 죽어가던 별에 불을 밝혔다. 여기까지 와서 보니 더욱 확실해졌다. 잔뜩 빈정거렸지만 사실은 그때 반했던 거다. 그를 홀린 것은 전설 속 빛나는 별의 섬광이 아니라 토르였다.

 

버디 너처럼 강한 건 본 적이 없어. 너처럼 끝내주게 멋있는 것도 처음이야. 이것 봐, 난 너 때문에 병까지 걸렸어! 분통이 터졌지만 탓할 상대가 옆에 없었다. 억누르려고 할수록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포드를 타고 떠나오길 다행이었다. 토르가 있었다면 떠벌리지 않고 언제까지 견딜 수 있었을까? 마침 저기 뛰어들기 딱 좋은 용광로가 보였다.

 

"이봐."
"에이트리 그냥 내버려 둬. 뇌를 반절 녹이지 않으면 못 견디겠으니까." 

"반이 아닐텐데. 그게 아니라, 널 보러 왔다는데." 

 

한참을 불러도 못 알아 듣더라고. 에이트리의 목소리에 로켓이 뒤늦게 고개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토르가 있었다. 언젠가 그들이 처음 니다벨리르를 찾았을 때와 같이 토르가 거기에 있었다. 말도 안돼.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그는 지금쯤 지구에 있어야 했다.  

 

"같이 스톰브레이커를 만들었잖아, 그새 잊었나?" 

 

도끼날이 달린 커다란 무기를 한손으로 거뜬하게 흔들어보이며 토르가 로켓을 향해 씩 웃었다. 놀랐나 보군. 내가 올 줄은 몰랐지? 개구진 웃음에 로켓은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기절초풍하기 직전이었다. 쟤는 진짜 신이라, 내가 어디 갔는 줄도 척하면 알고 눈앞에 짠하고 나타나는 건가? 청승이란 청승은 다 떨고 있던 이 타이밍에? 저렇게 폼나게?

 

"래빗. 나를 섭섭하게 하지 말게. 아니면 이제 내 얼굴도 보기 싫어졌어?"

"말도 안돼!"

"그럼 왜 인사도 않고 떠난 건가?"

 

로켓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생겼다. 첫 번째는 지금 당장 니다벨리르의 뜨거운 용광로로 뛰어드는 것. 두 번째는 토르에게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는 것. 둘 다 머리가 터지도록 어려운 일이었지만 둘 중 하나는 해야 했다. 반면에 토르는 로켓이 이것저것 다 고민하고 망설이게 내버려둘 정도로 인내심 있는 성격이 못되었다.   

 

"자네의 동료가 알려주길, 내가 물으면 전부 말해 줄 거라던데."

 

 

래빗 그대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 알려줄 텐가? 어쩌면 도망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마저 빈틈없이 닫혀버렸음을 로켓은 깨달았다. 그 문을 제가 닫았다. 마주선 토르 앞에서 심호흡이 필요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병을 끝낼 때가 온 것이다. 마침내 고백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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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의 토르 입덕 부정기:D 

 

 

 

 

 

 

 

 

 

 

가장 먼저 변화를 눈치 챈 것은 그루트였다. 어쩌면 당연했다. 전설 속 니다벨리르에 꼭 가보고 싶다며 로켓이 관심을 보인 때나,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회한을 털어놓으며 데미갓이 눈물을 보였을 때도 그루트는 그곳에 있었다. 원래 이런 것은 제3자의 시선에서 보는 게 빨랐다. 미성숙한 플로라 콜로서스지만 그 무렵 그루트는 사춘기였다. 퀼의 잔소리에도 놓지 않았던 게임 미디어의 영향과 더불어 한창 예민할 시기의 청소년은 미묘해진 기류를 쉽게 감지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였을까. 저게 진짜 니다벨리르야! 얼어붙어있던 별에 불을 밝히며 토르가 소리쳤을 때? 중성자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맨몸으로 견디고 사지의 끝에서 용광로를 가동시켰을 때? 마침내 탄생한 스톰브레이커가 스파크를 일으키며 공명하고 흩날리던 눈보라 속에서 로켓이 바라보던 것을 그루트 또한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거대한 별의 고리가 움직이며 찬란하게 빛나던 순간 그의 안에서 무언가 달라졌다고.

 

 

 

 

 

 

 

사랑이 아닐 리가

 

 

 

 

 

 

 

 

 

그루트와 사라졌던 모두가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보호자를 향한 타당한 의문이 한 가지 확신으로 바뀐 사건이 일어났다. 다시 만난 소중한 이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치열했던 전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밀라노는 한동안 더 지구에 정박했다. 파괴되었던 도시를 복구하는 작업에서 지구의 기술팀을 지원하며 로켓은 오랜만에 뇌 사이에 낀 먼지를 닦아낸 기분이었다. 재앙의 주둥아리를 놀리며 묵은 스트레스를 풀 때마다 -아이언맨이라면서 왜 철이 아니라 티타늄이야? 아직도 그런 구닥다리 싸구려 금속을 쓴다고?- 퀼이 대신 사과를 전했다. (썩 진지하진 못했다) 다행히 산전수전 다 겪은 토니 스타크는 전보다 온유했기에 기꺼이 어벤져스 본부에 방을 내주었다.

 

이상의 전조는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났다. 로켓은 이제껏 열이라곤 나본 적이 없었다. 훔치고 싶은 것을 못 훔쳐 배가 아파 드러누운 적은 있어도 열이 나서 비실비실 누운 적은 없었다. 단순히 피로가 쌓인 줄 알았는데 귀를 데우는 뜨끈한 열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다. 자신이 꽤 건강한 축에 속한다 생각했기에 그도 당황스러웠다. 때문에 가모라의 부탁으로 브루스 배너란 자가 왔을 때도 군말 없이 진찰대에 오른 것이다. 의사선생님 이건 뭔가요. 숨이 가쁘고 열이 나요.

 

프라이데이 진찰 내용 전부 기록해.”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토니 스타크는 브루스 배너가 로켓을 진찰하러 간다는 소식에 즐거운 마음으로 동행했다. 우주에서 온 말하는 너구리를 살펴볼 기회는 흔치 않잖아. 나도 같이 해부해 봐도 돼? 자네 언제부터 의료분야에도 관심을 가졌어? 프라이데이로 로켓의 신체를 스캔하는데 만족해야 했지만 토니는 소싯적의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과학자의 순수한 호기심도 있지만 그 역시나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다. (훗날 알게 된 사실로 토니 스타크가 밀라노 비행선의 백업자료와 부품의 대부분을 털어갔다)

 

기침은 없는 것 같고. 구역질이 나거나 오한이 들지는 않습니까?”

됐으니까 해열제 같은 거나 내놔. 그거면 되겠지.”

지구에서 먹는 해열제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군.”

로켓, 제대로 진찰을 받는 게 좋아.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다시 한 번 증상을 말해주겠나?”

“...열이 나면서 입안이 마르고 가슴이 두근, 가슴이 두근두근 거려.”

 

그거 꼭 상사병 같네.”

 

두근거리던 당시의 감각을 떠올리며 가슴에 손을 얹은 로켓을 비롯해 진찰실 안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하자 토니 스타크는 태연히 어깨를 으쓱거렸다. 지금 안 어울리는 소리했다고 그러나본데, 내가 천재에 조만장자지만 플레이보이기도 해서 말이야 그 정도 문학적 감성은 있거든. 지구에 있는 동안 토니에 익숙해진 크루들이 절레절레 고개를 가로젓던 그때 브루스 배너는 무언가 떠오른 듯 황급히 손을 움직였다. 검색 엔진이 켜지고 배너가 하나하나 키워드를 입력했다. 번식기 증상. 관련 자료가 뜨면서 누군가 올린 질문글도 함께 떠올랐다. 저희 집 페럿이 며칠 전부터 열이 나고 밤마다 우는데 번식기인가요?

 

생물에 따라 번식기가 되면 발열을 하거나 외형이 변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진짜 상사병이라고?”

그러고 보니 로켓 너 털이 좀 반지르르 해졌다?!”

 

어느새 흥미진진한 표정을 하고 있는 토니와 퀼에게 화도 내지 못할 만큼 로켓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번식기라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 못 이루는 이유가 상사병 때문이라고? 니들 내가 누군지는 아냐? 로켓은 유전자 변형 실험을 통해 태어났다. 정신 나간 과학자들이 그의 몸을 갈기갈기 분해하고 퍼즐 맞추듯 다시 재조립할 때 뇌를 휘저어 지능을 향상시키긴 했지만 번식기나 상사병 같은 원초적이고 감정적인 그런 불필요한 요소는 진즉에 제거했을 터였다. 그런데 내가? 누구를?

 

잘 생각해봐, 네가 반한 족제비 아가씨가 누군지.”

오 어쩌면 우리가 아는 사람일수도 있는 거잖아.”

 

로켓은 지금 이 순간 제 손에 개틀링건이나 화염방사기 같은 게 들려있어서 이새끼들을 전부 쓸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열제를 먹고 며칠 쉬면 나아질지도 몰라.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눈치를 보는 배너를 무시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이놈이 원흉이었다) 로켓이 진찰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본부에 반려견은 출입금지인데 누가 골든 리트리버라도 데려왔어? 지구를 떠나기 전에 반드시 토니 스타크의 방에 폭탄을 설치하리라 다짐하며 로켓이 진찰실을 나서려던 차였다. 때마침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고개를 내밀었다. 내 소중한 친구가 아프단 소리를 듣고 왔는데. 서서히 본래의 금발을 찾아가고 있는 짧은 머리카락과 눈가에 흉터를 달고도 해사한 얼굴을 하고 있는 토르였다.

 

래빗, 몸은 괜찮은가?”

 

갑작스런 등장에 로켓은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 왜 말문이 막힌 거지? 토르는 한쪽 무릎을 굽혀 멀뚱히 서있는 로켓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브루스 배너를 향해 물었다. 배너, 래빗은 괜찮은 거지? , 괜찮아. 열이 조금 나는 걸 빼곤배너보다 현재 로켓의 상태를 정확히 브리핑해준 것은 다름 아닌 프라이데이였다.

 

-보스가 지정하신 <해부해보고 싶어>의 심박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설마쟤야?”

 

 

 

 

 

***

 

 

 

 

 

혹시 몰라 배너가 건네준 해열제가 영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이튿날이 되자 열이 내렸다. 침대가 지겨워진 로켓은 오랜만에 몸을 좀 움직이고 싶었다. 그는 지시를 내리는 테크니션보단 현장에서 뛰는 오퍼레이터에 가까웠다. 해서 도시의 복구 작업 중 하나인 플라잉 도넛이 뿌린 지뢰 제거 작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퀼은 짐짓 염려하는 척하면서도 그때의 화제를 꺼내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로켓이 철저히 무시했다. 로켓은 그날 일을 없었던 것으로 할 셈이었다. 지구의 구닥다리 인공지능이 떠드는 말을 어떻게 믿어. 여전히 잠들기 전이면 몸이 지면에서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가슴이 두근두근 뛸 때가 있지만 그건 그냥, 아직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나 보지. 그것이 불쾌하거나 좋지 않은 기분이었는가 하면 결코 아니지만그렇다고 토르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토르는 강하고, 매력적이었다. 사실 누구나 그를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래서 로켓은 제가 토르를 좋아한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끝내주는 무기를 본 것처럼, 마치 빛나는 니다벨리르를 봤을 때의 환희와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그는 이상했다. 이상한 것을 알고 있지만 로켓은 모른 척하기로 했다.

 

미리 현장에 와있던 토니 스타크는 로켓을 보자 평소처럼 비꼬는 대신 윙크를 날리곤 시선을 돌렸다. 흘깃 시선이 향한 쪽에는 토르가 있었다. 그도 지뢰 제거 작업에 참여하는 모양이었다. 심부전으로 쓰러질 것 같으면 말해. 로켓이 지구에서 배운 손가락 욕을 펼치기도 전에 아이언맨은 아머를 닫고 날아가 버렸다.

 

열이 있다고 하던데 나와도 괜찮은 건가?”

별거 아닌데 다들 호들갑 떤 것뿐이야. 열도 내렸고.”

그렇다면 다행이네.”

 

토르와 만나는 것은 실상 오랜만이었다. 그는 복구 작업을 도우면서 동시에 아스가르드인들을 지구로 이주시키는 일까지 하느라 토니 스타크 만큼이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어제 진찰실에 찾아온 토르를 봤을 때는 제법 놀랐었다. 간단한 안부 인사를 나눈 뒤 금방 본부를 떠났지만 그를 만나서 솔직히 좋았다. 지끈지끈하던 열이 내린 것은 어쩌면 그 때문일지 모른다.

 

-매복형 지뢰야. 충격을 주면 파바박 터지는 그거. 위력은 별 거 아니고. 그냥 다리 한쪽이 날아가는 정도?

 

무전기로 토니 스타크 신랄한 설명을 들으며 로켓은 지뢰밭 위에 올라섰다. 인간보다 가벼운 신체이니 로켓이 활약하기엔 제격이었다. 로켓은 탐지기나 지뢰를 찔러볼 장검 대신 기관총을 집어 들었다. 지뢰는 깊게 묻혀있지 않아서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몇 개 있었다. 음악이 있으면 좋으련만.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면서 로켓이 총을 들고 뛰어내렸다. 상념을 잊는 데엔 몸을 쓰는 게 최고였다.

 

겉으로 드러난 지뢰를 멀리서 저격하자 폭발과 함께 충격파가 퍼지면서 근처에 매몰돼있던 지뢰들이 우르르 함께 터져나갔다. 지뢰를 터트려서 제거하면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니까. 피어오르는 불꽃과 연기 사이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면서 로켓이 사방에 총을 쏴댔다. 백발백중 지뢰에 맞았고 어느새 절반 이상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저 싸이코너구리 좀 누가 말려봐

-역시 래빗은 최고군!

 

깊게 내쉬는 한숨에 이어서 껄껄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는 토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나설 필요도 없이 제거 작업이 순식간에 진행되고 있었다. 익숙한 폭음 속에서 슬슬 숨이 벅차오는 것을 느끼며 로켓은 흥분했다. 신이 나면서 행동은 더욱 대범해졌다. 멀리서 쏠 것 없이 근처에 있던 지뢰를 총으로 터트려 피하는 것은 약간의 스릴을 더한 게임 같았다. 지뢰는 거의 제거됐어. 더 깊숙이 묻혀있는 것은 레이더로무전기의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포효를 지르며 펄쩍 뛰어오른 로켓이 무너진 콘크리트를 디딘 바로 그때였다. 바닥이 흔들리더니 갑자기 밑에서 터진 폭발에 로켓의 몸이 공중으로 붕 던져졌다.

 

래빗!!!”

 

 

다급하게 부르짖는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천둥이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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