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로키x천둥의 신 토르

 

 

 

 

마주친 시선에서 일어나는 불같은 스파크

 

소설이나 노래 가사에 흔히 나오는 비유를 로키는 통감했다. 그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었다. 온몸에 전기가 통한 것처럼 짜릿짜릿한 느낌. 맞은편의 푸른 눈동자가 동공에 담길 때마다 저릿저릿해지는 심장. 그도 그럴게 로키의 애인은 천둥의 신이었다.

 

첫인상의 끌림과 몇 번의 우연, 또는 운명을 통해 그들은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호감을 넘어서 성애로 이어진 뜨거운 감정. 토르가 저보다 큰 근육질의 남자라는 것도, 지구가 아닌 우주의 이방인이라는 사실도 그들 사이에 장벽이 될 순 없었다. 얼어붙은 심장에 박힌 거울 조각을 녹이듯 로키는 토르로 하여금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둘이서 찬란한 여름을 맞을 터였는데.

 

일주일 전, 밀린 업무를 해치우고 늦은 귀가를 했을 때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토르를 보고 로키는 내심 감동했다. 그의 입술이 부르는 제 이름이 안겨주는 기쁨과 충만감. 오직 거리를 좁히기 위한 구실인 뿐인 사사로운 대화를 마치고 마침내, 마주친 시선 속에 서로가 오롯이 담겼을 때 초조함과 긴장에 살짝 말라있던 입술이 겹쳐졌다. 그리고 로키는 기절했다.

 

좀 과로였던 모양이야.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토르의 얼굴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로키는 은근히 웨이트 트레이닝과 영양보급에 신경을 썼다. 슬림한 체형이지만 체력이나 지구력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로키는 토르와 스킨십을 나눌 때면 가슴께에 전류가 통하는 뻐근함을 느꼈고 몇 번 더 정신을 잃었다.

 

내가 널 너무 좋아해서 그런 모양이다.”

 

거기까지만 말하지 그랬어. [네가 이렇게 여린 줄도 모르고미안하구나.] 이어진 소리가 로키의 예민한 심기를 건드렸다. 여전히 그를 걱정하고 있지만 분위기가 농밀해질라치면 번번이 흐름이 끊기다보니 토르도 약간 짜증이 난 것일까. 온몸의 털을 바짝 서게 하는 스파크를 참고 견디기도 해봤지만 인간의 몸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저 건방진 천둥의 신은 제가 조절할 생각은 못하는 건가, 괘씸하게.

 

요는 시선이 마주치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그리하여 결심을 마친 로키가 토르를 데리고 간 곳은 시내의 러브호텔이었다. 그는 경박함을 멸시했지만 역시 이만한 장소가 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토르의 손을 붙잡고 비장하게 들어선 룸은 사방이 거울로 덮여있는 방이었다. 천장 역시 전면이 거울로 되어 있었다. 로키가 이끄는 대로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으니 그들로 꾸며진 만화경 속에 갇힌 기분이 되었다.

 

여기라면 직접 시선을 마주치지 않더라도 얼굴을 볼 수 있어.”

 

어처구니없다는 듯 돌아보다 이내 털털한 웃음을 터트리는 토르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로키 네가 이렇게 많구나. 그래 오직 너와 나뿐이야. 그리고 이제 그들의 사랑으로 충만해질 공간이었다. 하던 도중에 시선이 마주치면 어떡하지? 감은 눈에 입을 맞추면서 로키가 속삭였다. 그럴 여유는 없이 울게 될 거야, 토르.

 

 

 

 

Posted by 모노님 :